유상증자 참여한 기관에
'수익 보장' 파생상품 계약
기관투자가 참여 이끌어내고
현금유출 부담 최소화시켜
[ 이태호 기자 ] SK가 자회사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와 잇따라 ‘수익 보장’ 내용을 담은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에 참여 유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회사 직접 지원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SK E&S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재무적투자자(FI)에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계약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총수익스와프(TRS)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TRS 계약을 맺으면 FI가 인수한 주식가치 변동 손익이 모두 SK에 귀속된다. SK는 이자 개념의 수익 제공을 약속하고 상대방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콜옵션)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SK의 100% 자회사이자 민자발전 사업자인 SK E&S는 이 계약에 기초해 6778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신주 배정 대상은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세운 두 곳의 특수목적회사(SPC)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 같은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직후인 지난 1일 SK E&S의 ‘Baa2’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SK는 올 상반기에도 삼성증권과 TRS 계약을 맺고 손자회사인 SK해운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했다. 지난 4~5월 삼성증권이 세운 SPC가 3680억원 규모 SK해운 보통주를 사들일 당시 수익 보전을 보장했다. SK는 2010년 SK해운 유상증자 당시엔 2240억원 규모 현금을 직접 투입했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그룹 최상위 지주회사의 간접적인 지원은 신용등급이 하향 추세인 자회사들의 재무안정성 강화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 E&S의 국내 신용등급은 ‘AA+(부정적)’다. SK해운은 ‘A-(부정적)’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SK해운 평가보고서에서 “TRS 계약과 같은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은 회사 신용도를 지지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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