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화백 회고전 '자연의 숨소리'
[ 김경갑 기자 ] 올해 칠순을 맞은 이승환 화백은 한적한 야산과 강, 들길 등 순박한 자연을 몽환적인 파스텔톤으로 엷게 잡아낸다. 푸른색의 영기(靈氣)를 품은 자연은 세월을 잊고 염불하는 마음으로 평생 천착한 그의 화목(畵目)이다. 내면의 정신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풍경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평생 전업 작가로 활동한 이 화백이 오는 8~13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회고전을 연다. 전시회의 주제는 ‘자연의 숨소리’다. 북한산과 한강, 백두산 등 우리 자연을 수만 번 붓질을 통해 짙은 명암의 추상적 빛깔을 걸러내고 사물의 본질을 잡아낸 100호 이상 대작 17점을 걸었다.
이씨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자연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며 “자연을 아무리 포크레인으로 파헤치고 폐수가 흘러도 그 속에는 영혼이 살아 숨쉰다”고 말했다.
작가는 백두산 설악산 지리산 도봉산 팔공산 등 국내 명산은 물론 제주 울산 춘천 전남 등 전국을 직접 답사하며 풍경을 그려 ‘영원한 구상화가’로 이어갈 뚝심을 자랑해왔다. 한국 구상미술 대표단체인 신미술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초창기엔 빛의 변화에 따른 사물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그리다가 2010년 이후에는 푸른색을 골조로 우리 주변의 향토적 풍치를 시정(詩情)의 시각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대상의 전체적 이미지를 강조해 자연 찬미의 궁극적 표의(表意)를 다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예술론에서 말하는 ‘이미지즘’, 곧 마음에 반영하는 상(象)이나 느낌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얘기다.
이 화백이 이처럼 자연으로 눈을 돌린 것은 지구상의 산과 강, 들은 ‘천연의 카타르시스(정화)’란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보면 푸른 색광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블루를 ‘색깔의 군주’로 여기고 좋아합니다. 최상의 색을 활용해 작품을 해야 명품이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는 백두산의 웅장함을 ‘경이로운’ 정감으로 담아냈고, 북한산과 한강의 표정을 서정시처럼 각색했다. 강변에 우뚝 선 포플러 나무, 돛단배가 떠 있는 바다, 거대한 바위 모습을 떠올리는 이미지는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이면서도 현실과 유리된 느낌은 주지 않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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