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40)가 지난 27일 사재(私財) 100억원 사회 환원을 발표했다. 기부금의 절반은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세상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대한 감사”라는 발표문의 대목은 특히 감동적이다.
세상 인심이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기부들이 이어지는 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근 강원도 철원 사격장에서 유탄에 맞아 숨진 육군 6사단 소속 이모 상병 가족을 위로하고 사재 1억원을 전달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미담도 잔잔한 감동을 줬다.
국내에서 일반인과 기업인들의 기부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적은 편이다. 국내 기부 금액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0.8% 선으로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선의(善意)의 기부를 가로막는 법적인 제약 탓이 크다. 주식 90%를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원(연체가산세 포함) ‘증여세 폭탄’ 때문에 사는 집까지 압류당했던 황필상 수원교차로 창업주 사례가 대표적이다. 황 창업주는 7년여 법정투쟁 끝에 지난 4월 승소했다. 하지만 선의의 기부 피해자를 양산하는 관련 법 조항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주식 기부에 대해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오히려 세금 공제 혜택을 준다. 한국의 세법은 주식 증여가 5%를 넘으면 최대 60%까지 증여세를 부과한다. 정치권이 ‘대기업 편법 상속’ 우려를 내세워 ‘5%룰(주식 5% 이내 기부만 무과세)’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에 앞서 기업인이 기부를 통해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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