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한 감사, 행동으로 실천"
3년내 개인 지분 처분해 저소득층 장학금 등으로 활용
[ 이승우 기자 ] 배달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사진)가 사재 100억원을 털어 저소득층 학생 등을 돕기로 했다.
김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 3년간 개인 지분을 처분해 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지난 2개월 동안 제주도와 서울에서 안식 휴가를 보냈고 오는 30일 출근할 예정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었던 미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문대를 나와 나중에야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해 대학원까지 마쳤다”며 “서른 초반에는 개인사업을 하다 실패해 큰 빚을 지기도 했던 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너무나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대한 감사였다”며 “세상에 대한 감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환원 계획을 투자자들과 상의해왔다. 이번 안식 휴가 기간 구체적인 사재 환원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억원의 환원금 가운데 절반은 저소득층 청소년의 장학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음식 배달원의 안전·복지 문제와 회사 구성원들의 퇴직연금 문제, 고독사 문제 예방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골드만삭스와 함께 2015년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설립하기도 했다. 홀몸노인 가정에 매일 배달되는 유제품이 2개 이상 방치되면 배달원이 가족이나 주민센터 등 유관기관에 통보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비상 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2011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김 대표는 배달 전단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배달의민족을 선보이며 O2O 플랫폼을 한국 시장에 대중화시켰다. 이후 배민라이더스(외식 배달), 배민찬(반찬 새벽배송), 배민쿡(레시피와 쿠킹박스), 배민키친(공유 주방) 등을 운영하며 푸드테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849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단체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의장도 맡고 있다.
그는 “은퇴하고 죽기 전에 다 늦게 사회에 환원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젊은 나이에 실천해서 기쁨과 변화를 느끼고 싶었다”며 “과거의 나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금의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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