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파고들어라…클래식, 들을 맛 난다
연말 클래식 공연
11월 '세계 최고' 베를린필 내한공연
맞수 로열콘세르트허바우도 한국행
세계 4대 콩쿠르 우승 선우예권 무대도
클래식과 친해지는 '꿀팁'
클래식 영화·드라마로 재미 붙이고
'오천만의 클래식' 등 팟캐스트 듣고
'365클래식' 등 입문서 읽어보기
[ 김희경 기자 ]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필, 그 경쟁자인 로열콘세르트허바우, 한국인 최초로 세계 4대 콩쿠르 ‘반 클라이번’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연말 클래식 무대는 성찬이라고 할 만하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연주자의 무대가 마련돼 있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환호한다. 하지만 클래식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클래식을 듣고 큰 위로를 받고, 더 알고 싶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있지만 포기하고 만 이들. 대부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은 이들이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잠든 감각을 일깨우고 음악에 취해보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훌륭한 가이드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익숙한 음악을 듣는 것으로부터다.
◆익숙한 것부터 듣기
클래식 입문을 위한 첫 단계는 베토벤의 ‘운명’, 쇼팽의 ‘야상곡’ 등 당신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곡부터 도전하는 것이다. 여러 곡을 한 번에 많이 접하려고 하는 것보다 같은 곡을 반복해 듣는 게 좋다. 곡의 흐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와 비슷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 뒤에야 그 작품의 의미와 매력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반복해 듣다 보면 음악의 전개와 구성을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익힐 수 있다. 좀 알 것 같으면 같은 곡을 여러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앨범으로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같은 작품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재미가 없다면 영화나 드라마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을 다룬 ‘아마데우스’ ‘카핑 베토벤’ 등을 보면 음악가의 삶 자체가 마음에 박힌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나 이를 리메이크했던 ‘베토벤 바이러스’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다룬 드라마로 접근할 수도 있다. 최근엔 2014년부터 아마존에서 방영하고 있는 ‘모차르트 인 더 정글’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심포니의 천재 지휘자 로드리고와 오보에 연주자 헤일리의 유쾌한 성장담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다면 작품 속에 등장한 클래식을 모아놓은 앨범을 듣는 것이 클래식과 친해지는 방법이다. 최신 앨범으로는 KBS미디어가 발매한 ‘영화, 드라마, CF 속 감동을 주던 클래식 OST’ 등이 있다. 이 앨범엔 드라마 ‘밀회’에 나온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 6번’ 등 45곡이 담겨 있다. 2015년 나온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Best 30’ 시리즈 등도 가볍게 듣기에 좋다.
멜론 등 음원 사이트도 활용할 만하다. 멜론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들어간 뒤 ‘멜론 라디오’에서 ‘클래식’ 메뉴를 선택하면 다양한 채널이 뜬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을 만한 레퍼토리를 한 번에 추천해주는 콘셉트다. ‘어쩌면 우리의 첫 번째 클래식’이란 익숙한 작품들을 모은 채널부터 ‘출발을 위한 클래식’까지 23개 채널을 즐길 수 있다.
◆팟캐스트, 책도 함께
여기까지 오면 클래식에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길목은 많은 사람이 포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좀 더 영역을 확장하는 건 혼자 힘으론 벅차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을 위한 가이드성 콘텐츠도 많다.
먼저 가벼운 마음으로 클래식 팟캐스트를 들어보자. ‘오천만의 클래식’ ‘클래식연구소-CSI’ 등에서 음악 분석과 작곡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기억도 오래 남는다. 공연을 한번 보러 갈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도 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매달 1회 여는 ‘김정원의 V살롱콘서트’가 대표적이다. 국내 아티스트를 초청해 그들의 연주와 곡 해설 등을 듣는다.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네이버TV에서 무료로 생중계된다. 국내 아티스트들에겐 공연 전 출연해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 입문서를 활용하면 좋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발간하는 월간지 ‘SPO’의 편집장 진회숙의 입문서를 추천할 만하다. 매일 한 곡씩 짧은 설명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한 ‘365 클래식’, 오케스트라부터 작곡가들의 세계를 다룬 ‘클래식 노트’가 있다. 작품마다 QR 코드도 들어가 있어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최은규 음악평론가의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도 입문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공연 관람 전 해설 프로그램 먼저
클래식 공연장으로 들어갈 차례다. 공연장에 가기 전 아티스트의 연주를 직접 듣고 해설까지 해주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롯데콘서트홀은 ‘우아한 오후를 여는 L.Concert’를 진행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펼치는 슈베르트 전문 공연 ‘슈베르티아데’, 하피스트 곽정의 하프 연주로 꾸미는 ‘The Gift’ 등으로 구성됐다. 예술의전당이 매달 목요일 아침에 여는 ‘11시 콘서트’는 주부들에게 인기다. 이 정도 하고 나면 클래식은 어느새 생활 속으로 들어와 있지 않을까. 당신의 노력에 세기의 명곡들이 위로와 기쁨으로 보답하는 단계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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