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한대로 허용되는 것인가. ‘촛불집회’ 1년이 흘렀지만 서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시위 현장의 크고작은 욕설·폭력, 귀청을 찢을 듯한 확성기 소음, 과격한 구호 등으로 어지럽기만 하다. 시위의 일상화로 시민들이 생업과 휴식을 방해받는 일이 다반사다. 성숙해 가는 시민의식과 여전히 후진적 시위문화의 간극은 커져만 간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던 촛불시위는 어느새 반미(反美) 시위로 변질됐다.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고,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웠다. 미군 창립 기념콘서트를 방해하고, 행사장에 몰려가 ‘양키 고 홈’을 외치기도 했다. 시위 때마다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를 비난할 때 쓴 ‘DOTARD(노망 난 늙은이)’가 적힌 피켓도 등장한다.
급기야 내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대적인 반미·반(反)트럼프 시위까지 예고했다. ‘촛불’을 주도했던 220여 개 진보좌파 단체들은 내달 4일 미 대사관, 7일 청와대, 8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국빈(國賓)으로 초대한 동맹국 대통령을 쫓아다니며 시위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과거 심대한 훼손을 경험했기에 우리 사회는 이런 자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다. 하지만 표현·시위의 자유가 다른 시민권과 충돌할 때는 자제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게 시민의 의무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서 강요받지 않을 권리’인 동시에, 타인도 나와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도를 넘은 시위 행태는 지양돼야 마땅하다. 일부의 시위할 자유가 다수의 평온할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과격한 반미 시위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해외 한국대사관을 반한(反韓)시위대가 포위하고, 한국 대통령의 모형을 만들어 불태운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 한국 비판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판이다.
촛불 1주년을 맞아 오늘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시민의식에 걸맞게 시위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는 탄식이 나와선 곤란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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