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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남편 잃은 그녀, 가장 먼저 '내 탓'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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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
셰릴 샌드버그 / 애덤 그랜트 지음 /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304쪽 / 1만6000원

셰릴 샌드버그 페북 COO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와 상실·공허 극복한 경험 전해

회복탄력성은 근육과 비슷…노력·연습 통해 키울 수 있어
자책하는 말과 행동 대신 감사한 순간 떠올려야



[ 송태형 기자 ] “나는 공허에 빠졌다. 거대한 공허가 가슴과 폐에 가득차 생각할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평생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를 갑작스럽게 잃었을 때 느낀 충격과 상실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5년 4월 어느 날, 샌드버그 부부는 멕시코로 주말여행을 떠났다. 샌드버그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남편이 휴양지 헬스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시 달려가 직접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남편은 숨을 거뒀다.

샌드버그는 공허감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열 살과 일곱 살 난 두 아이가 다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 많은 위로와 조언을 건넸지만 좀처럼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그에게 회복의 실마리를 던져준 사람이 샌드버그 부부의 절친인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과 교수였다.

그랜트는 “슬픔의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공허는 개인의 신념과 행동으로 얼마든지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고통을 견디는 능력’이라 생각했던 샌드버그는 “내게 그런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랜트는 “회복탄력성의 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어떻게 해야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회복탄력성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근육처럼 후천적으로 노력과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옵션 B》는 샌드버그와 그랜트가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에 대해 함께 쓴 책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샌드버그는 그랜트의 심리학적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과 아이들이 점차 상실과 고통을 극복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솔직하고 생생하게 털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도움이 된 각종 이론과 연구 결과, 지침들을 저자의 경험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과 공동체의 다양한 역경 극복 사례와 엮어 소개한다.

샌드버그가 책 전반에 걸쳐 언급하는 이론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3P’론이다. 셀리그먼은 역경에서 회복을 방해하는 요소로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개인화(personalization)’ △사건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 ‘침투성(pervasiveness)’ △사건의 여파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는 ‘영속성(permanence)’을 든다.

샌드버그도 3P에 빠졌다. ‘자신이 남편을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평소 남편의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썼더라면’ 하고 자책했다. 그랜트는 “자책하는 행동은 자신은 물론 아이들의 회복 속도도 늦춘다”며 “‘미안해요’란 표현부터 쓰지 말라”고 충고했다.

샌드버그는 이를 받아들였다. 자책하는 일이 줄면서 모든 일이 끔찍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은 영속성이었다. 아빠 없는 아이들의 미래. 영원히 남편이 없는 삶을 생각하니 온몸이 마비됐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극단적 투사’를 경험했다. 이는 자신이 겪는 고통을 무한정 투사하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미안하다’란 말을 금지한 것처럼 영속성에 사로잡힌 증거인 ‘결코’ ‘언제나’란 표현을 ‘때로’ ‘최근에’란 말로 바꿨다. 매일 저녁 아이들과 그날 ‘감사한 순간’들을 이야기하며 차츰 영속성에서 벗어났다.

저자들은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친구나 직장 동료, 공동체와 사회구조 등 외부의 지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샌드버그는 친구 몇 명이 한동안 자신의 안부를 묻지 않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어떻게 위로를 건네야 할지 몰라서,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까봐 아예 침묵을 택한 것이다.

샌드버그는 친구가 고통받고 있을 때는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우하라는 ‘황금률’을 따르지 말고 그가 대우받고 싶어 하는 대로 대우해주라는 ‘백금률’을 따르라고 조언한다.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를 마주했을 때는 ‘어떻게 지내(How are you)?’란 일상적 인사보다는 ‘오늘 기분은 어때(How do you feel today)?’란 말을 건네는 게 좋다. 비통에 잠긴 사람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해 그를 이해하고, 좀 더 바람직한 행동으로 반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가정에서 가족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지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지, 직장과 사회는 고통받는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찰한다. 조직과 공동체가 실패에 대처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한다.

《린인》(샌드버그)과 《오리지널스》(그랜트)란 밀리언셀러를 쓴 저자들답게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의 밀도가 높다. 샌드버그의 진솔한 경험과 그랜트의 풍부한 지식 및 통찰이 유기적으로 녹아 있다. 유명인의 실화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져 술술 읽힌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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