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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20세기 파시즘 떠받친 '천재 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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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20세기 파시즘 떠받친 '천재 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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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에 대하여

대린 M. 맥마흔 지음 / 추선영 옮김 / 시공사 / 560쪽 / 2만4000원



[ 김희경 기자 ] “막 강을 건너려 할 때 익숙한 신성의 표식이 내게 다가왔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면 언제나 나는 내가 하려 했던 일을 중단하곤 했다.”

소크라테스의 얘기다. 소크라테스에겐 이 ‘신성한 표식’이 어린 시절부터 귀에 들린 음성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다이모니온(daimonion)’이라 불렀다. 그가 느낀 신비한 기운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상은 이를 악마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신성모독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그가 사형선고를 받고 떠난 뒤 사람들은 점점 다르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현명한 사람들은 신과 같은 특별한 영감과 능력을 부여받았으며 신성한 표식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지금 ‘천재’에 해당하는 고대의 ‘게니우스(genius)’란 말이 나왔다.

《천재에 대하여》는 인류를 끊임없이 매혹해온 천재들과 그들의 천재성을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역사학과 교수인 대린 M. 맥마흔이다. 그는 고대부터 근대, 오늘날을 대표하는 천재들을 통해 천재성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한다.

천재의 어원인 게니우스는 소크라테스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천재는 사람들을 신에게 연결하며 신비한 기운을 지닌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같이 천재를 종교적인 의미와 결부지어 생각하는 경향은 16세기를 지나며 점점 쇠퇴했다.

신성이 아니라 ‘특별한 창조력이나 통찰력을 지닌 개별적인 존재’라는 의미의 근대적 천재 개념은 18세기 계몽주의와 함께 탄생했다. 모차르트를 비롯해 뉴턴과 칸트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천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생성하는 창조자가 되기도 하고, 기존의 것을 없애버리는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20세기 들어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천재 숭배를 도구로 끌어들였다. 천재종교는 히틀러라는 천재를 숭배한 나치에서 절정을 이뤘다. 천재종교는 나치가 히틀러의 대중적 이미지와 신비로움을 강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지만 천재에 대한 우상숭배의 종말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히틀러의 패배가 천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천재 숭배에 대한 경계가 생겨났다. 학계에서도 감성지수(EQ)가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한 사람의 머리보다 여러 사람의 머리가 낫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도 강조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뭔가에 천재성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천재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저자는 “성스럽고 예외적인 존재로서의 천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지만 과거 천재들과 같은 위대한 인물은 여전히 쓸모있는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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