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펀드' 선보이는 여상진 대표
민간 주도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청년주거 불안 해소
셰어하우스 공유 개념 부족…공간 아닌 문화도 공유해야
“반지하 셋방에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 거긴 도저히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돈이 모자란다고 거기 들어가 살아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대치동 스타 강사’ 여상진 티에스오비 대표(사진)의 말이다. 학생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봐 온 그는 “청년주거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 오너로서의 해법도 제시했다.
오는 25일 설정되는 공유형 임대주택 투자상품 ‘셰어하우스 펀드’는 그의 부동산금융 데뷔작이다. 투자금을 모아 청년층에 월 30만원대의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운영수익으로 배당재원을 확보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개념이다. 여 대표는 “청년주거 문제 해결과 투자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펀드”라면서 “건전한 민간투자를 이끌어내 반지하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는 한계…민간이 나서야”
셰어하우스 투자상품의 정식명칭은 ‘골든브릿지알레프하우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 펀드다. 30억원을 모집해 연세대와 홍익대 등 대학이 밀집한 신촌에 연면적 약 640㎡, 지상 5층, 45실 규모의 여성전용 임대공유주택을 짓는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관계자는 “자체 계산한 기대수익률은 운용 기간인 36개월 동안 연 6.50%”라며 “외부 전문기관은 연 9.07%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의사와 금융사 임직원 등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학생 때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 여건을 경험해 본 이들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수학에서 무한집합을 의미하는 ‘알레프’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새로 선보인 셰어하우스 펀드 브랜드다. 앞으로도 이 같은 펀드가 지속적으로 출시된다는 의미다. 회사는 2020년까지 셰어하우스 펀드를 30개 이상으로 늘리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공유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여 대표는 “청년임대주택 등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은 지역 주민 반대로 사업 진행이 더디거나 성과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며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 형태로 민간 참여가 활발해지면 민간 주도로 청년주거 문제를 서서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층의 월세 거주 비중은 79%로 직전 조사였던 2014년 74%와 비교해 5%포인트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3%는 월소득이 100만원 이하로 월세비주거비부담이 34.2%로 나타났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면 34만원을 월세로 낸다는 이야기다. 체감 주거비부담 수준은 통계보다 높다. 신촌 일대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1300만~1500만원 기준으로 52만~57만원 수준이다.
알레프 셰어하우스의 핵심 역시 월 임대료다. 첫 셰어하우스의 월 임대료는 37만~39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주변 시세보다 20만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임대보증금은 70만원대다. 일반적으로 월 임대료 수준에 맞춰 수백~수천만원에 책정되는 것과 달리 2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만 낸다.
여 대표는 “절대가격보다는 ‘저렴하지만 좋은 집’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면서 “주변 임대주택사업자들에게 품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주택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고 가격경쟁을 통한 임대료 하향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메기효과’인 셈이다.
◆셰어하우스 우후죽순…‘공유’ 개념은 없어
1인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셰어하우스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셰어하우스 중개 플랫폼인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국내 셰어하우스는 침상 수 기준 2013년 107개에서 올해 상반기 1830개로 4년 간 17배 이상 커졌다. 대학가 주변 원룸 등의 임대료 상승에 청년 1인가구가 셰어하우스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이 낮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학알리미는 지난해 전국 440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이 19%였다고 집계했다.
개인공간을 제외한 거실, 주방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가 청년주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성숙한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유 개념이 공간에 머물 뿐 취미나 지식 등 생활양식의 교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파트 등 대형 주택의 방을 쪼갠 ‘주인 없는 하숙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1인실 기준 평균 월 임대료는 아파트 53만원, 다세대주택 50만원, 단독주택 44만원으로 사회 통념상의 저렴함과는 거리가 있다.
여 대표는 “셰어하우스 개념이 출발한 서구권 기준에서 보자면 한국의 공유임대주택은 셰어하우스라고 부를 수 없다”며 “임차인들끼리의 교류가 있을 때 진정한 공유의 의미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에서 지난해 개관한 ‘더컬렉티브’를 바람직한 공유임대주택의 모델로 제시했다. 더컬렉티브는 550여명이 거주하는 초대형 셰어하우스인 더컬렉티브는 임차인들끼리 바에서 맥주를 즐기거나 공부나 취미활동 등을 공유하는 자생적 커뮤니티를 형성해 교류한다. 한국에선 게스트하우스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 대표는 이 같은 이유로 알레프 셰어하우스에 전문관리업체를 두고 입주민끼리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임차인의 경우 재능기부가 가능하거나 주거공간 이상의 동질감을 갖는 데 거부감이 없는 이들을 받아들여 커뮤니티 형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여 대표는 “임차인의 공간만족도를 높이는 게 셰어하우스의 본질”이라며 “민간투자를 중심으로 싸고 제대로 된 집을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구조가 확산되면 ‘월세 지옥’ 소리가 나오는 임대시장의 구조 또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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