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임의 독일 바로 알기 1. 해외 취업에 성공하려면
독일에서 취업하려면, 독일어와 독일문화 익혀야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로마로 가서 성공하려면, 로마의 방식대로 하라는 뜻이다. 이 속담의 의미를 해외 취업시장에 적용할 경우 현지에 맞는 취업 방식을 아는 것이 해외 취업에 성공하는 지름길로 풀이할 수 있다.
나는 1996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학업에 필요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현지 취업이 절실했다.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는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럽내 국가간 결속을 다지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 유럽 기업들은 동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생산공장을 옮기고 판매시장을 확장해 가고 있었다. 그들은 국제적인 인력 양성과 확보에 힘을 쏟으며 국경이 없어지는 무한 경쟁시대의 국제화에 대응했다.
지난 20여년간 독일에서 나의 취업활동을 잠시 정리해 본다.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첫째, 유학생활 초기 나는 누구나 다 알고 지원하려고 하는 대기업들은 피했다. 그보다는 히든 챔피언 같은 중소기업들로 눈을 돌렸다. 이들 중소업체 중 주거지역에서 50Km 이내에 위치하고 한국어가 도움이 될만한 회사들을 추려내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즉, 경쟁자가 적은 곳에서 나의 현지 생존율을 높이자는 취업 전략이었다.
둘째, 한국과 다른 현지 채용 지원서 형식과 방법을 분석했다. 현지 서류심사 통과 확률을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마지막으로는 현지 면접관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현지 대화방법을 적극적으로 습득했다. 현지인과 문화적 차이에서 야기되는 대화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식이나 역량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도 진실이지 않을까. 해외 취업에 성공하려면, 현지 언어 능력과 유연성을 키우고 현지인들과의 접촉을 늘려야 한다.
현지 취업에 성공적으로 작용한 요소는 무엇일까? 전문지식의 역량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언어 능력이다. 현지어와 영어 실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독일에 위치한 글로벌기업들의 공식 업무 언어는 영어이지만, 현지 독일 동료들은 업무 수행을 독일어로 공유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 동료들이 현지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독일인들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어에 능통한 외국인 동료들이 회사 측으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지어 능력은 현지인과의 교류를 넓히는 데에도 크게 작용한다. 필자의 경우 이러한 교류 노력들이 현지 취업 성공으로 연결됐다. 나는 서류심사를 거치지 않고 면접만을 통해서 취업할 수 있었다. 구직활동에서 얻은 업무들이 설사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그 후에 독일사회에서의 업무 경험으로 기록돼 추천서로 작용했다.
## 현재 독일의 고용시장 현황은
히든 챔피언의 나라, 자동차의 나라, 세계 경제대국 독일이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오는 2050년께 독일경제를 이끌 노동력 인구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현재 독일이 지니고 있는 경제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독일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중 하나가 외국인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독일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15년 전에 도입한 ‘그린카드’ 제도이다. 그린카드는 전자, 기계공학, IT전문가들에게 주로 발급된다. 2011년부터는 이 카드를 소지한 외국인들이 독일에서 2년 이상 근무하고, 독일어 능력시험 B1을 통과하면 독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2015년의 독일의 난민정책도 이러한 국가적 경제적 존속 필요성에 따라 등장한 산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0여만 명의 난민들이 독일의 노동시장에 공급되려면 약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독일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독일시장은 한국의 전문인력들에게 취업하기 매우 좋은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젊은 인재들이 독일 등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기를 권하고 싶다.
글= SEO Consulting & Partner 서영임 원장
## 서영임 원장은 한국 부산의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유학해 현지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많은 독일 기업에서 근무했고, 독일법원 통번역가로 활동했다. 글로벌 인재트레이너 업무 등도 맡고 있다. 현재 독일과 스위스에서 한국 기업의 국제화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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