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여야 의원들은 기상예보 적중률이 여전히 낮은 데다 개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기상청이 공개한 강수 유무 실제 적중률이 46%에 머물렀는데 일반인이 예측해도 이 정도는 될 것”이라고 했다.
기상 예보의 부정확성은 어제오늘 갑작스레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기상청은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매년 내놓고 있지만 사정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들여와 가동하고 있는 532억원짜리 새 슈퍼컴퓨터만하더라도 효용을 체감하기 어렵다. 수치예보모델 개선 등에 들어간 돈을 포함하면 최근 5년 동안 1200억원 가까운 예산이 쓰였지만 예보 정확성은 답보 상태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지난해 영국 등에서 제공받은 20개 해외 위성 관측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난 8월 지적했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가 구비돼 있더라도 위성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전문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순환보직 및 단임(短任) 관행 등으로 인해 예보관으로서 한우물을 파는 직원은 흔치 않은 상황이다.
1992년 한·중 수교를 지휘한 정원식 전 국무총리는 한경 인터뷰(10월16일자 A33면)에서 “공직에 있을 때 해당 부문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게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보니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한다”고 했다. 지식과 경험이 단절돼 축적되지 못하는 사회구조를 꼬집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순환보직과 단임 관행은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장기 전략은 실종된 채 단기 성과주의만 난무하는 것부터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부처는 물론 공기업, 민간 분야에도 순환보직과 단임 구조가 만연하다 보니 전문성과는 담을 쌓은 채 적당히 지내려는 분위기가 넘쳐난다. 기상 예보뿐 아니라 외교와 대북 정책, 통상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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