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1t 트럭 모는 이담
로스터기기와 생두 싣고 5년째 전국 돌며 커피 나눠
'커피로 배틀트립' 구대회
55개국 농장 찾아다녀…일본 커피명인과 즉석대결도
[ 김보라 기자 ]
커피 여행을 다니는 두 남자를 만났다. 1t짜리 노란색 커피 트럭 ‘풍만(風滿)이’와 5년째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이담 작가, 증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2년간 55개국 커피 농장을 찾아다닌 구대회 구대회커피 대표가 그들이다. 멀쩡한 직장을 때려 치우고 ‘커피 노마드’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 작가는 잡지사에서 일하다 제주로 가 10년간 ‘바람카페’를 운영했다. 2013년 작은 로스터기기와 생두, 핸드드립 기구만 싣고 육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살다가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힘든 때가 있었고, 한 잔의 진한 커피가 나를 위로한 순간이 있었다”며 “그 이후 커피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됐다”고 했다.
그의 커피트럭은 전국 게릴라 커피모임을 만들어냈다. 5년째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찾아가 커피를 나누고, 커피 이야기를 하는 ‘커피 여행’을 한 결과다. 그는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제주에 마련한 ‘커피동굴’에서 생두를 고르고 휴식을 취하고, 봄이 되면 다시 트럭을 타고 여행을 떠난다.
이 작가는 커피에 대해 에티오피아 전통인 ‘분나 마프라트’에 빗대어 설명했다. “아프리카 1위 커피 생산국 에티오피아는 (수출 중심의) 다른 국가와 달리 커피의 내수 소비가 절반에 달한다”며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전통 의상을 입은 여인이 생두를 화로에 올려 즉석에서 볶아 절구로 빻고 커피를 끓여 손님에게 대접하는 ‘분나 마프라트’를 지킨다”고 말했다. 손님이 커피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참여하면서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는 것. 이 작가도 트럭 안에 자그마한 통돌이 로스터기를 싣고 다니며 매일 커피콩을 볶는다.
‘커피테이너’로 불리는 구 대표는 2년간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55개국 커피 농장 투어를 했다. 커피 핸드드립 도구를 담은 ‘가배함’을 들고 일본 커피 명인을 찾아가 ‘커피 맛’을 놓고 대결을 해 ‘가배무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금은 서울 마포구 한 골목 귀퉁이에서 ‘구대회커피’를 운영하며 커피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일, 가장 잘하는 일을 찾기 위한 고민의 끝에서 커피를 만났다”고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설득해 떠난 55개국 커피 여행길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늙어서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기 위해 치열하게 매달렸다”는 게 커피와 함께하는 삶을 사는 이유였다.
구 대표는 콜롬비아 살렌토라는 작은 마을에서 만난 쌍둥이 형제의 ‘커피하우스’에서 마신 커피를 최고로 꼽았다. 그는 “콜롬비아 수도 산타페데보고타에서도 버스를 타고 10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곳이었다. 100년 된 기계로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맛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커피에 관한 열정만으로 카페를 차렸다가 실패도 했다. 그는 “누구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 있고, 간절함도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서울 상수동에 구대회커피라는 상호의 두 번째 가게를 운영 중이다. 두 남자의 커피와 여행, 인생과 창업에 관한 이야기는 오는 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수변무대와 광장에서 열리는 ‘어쩌다 커피’ 코너에서 이어진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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