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알리페이' 꿈꾼 클립카드…출시 4개월째 제휴카드 제자리
"멤버십 카드로도 못써" 사용자 불만
"사용할 수 없는 10만원짜리 관상용 카드가 생겼다."
KT의 스마트카드 '클립(CLiP)카드'가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는 소비자 원성을 듣고 있다.
KT가 지난 6월 선보인 클립카드는 신용·멤버십·교통카드 등 최대 21개 카드를 1장에 넣을 수 있는 기기다. 여러 장의 카드 정보를 담아뒀다가 필요할 때 골라 쓰는 '화이트카드' 방식으로 가격은 10만8000원이다.
출시 당시 KT는 카드를 지갑에 두툼하게 넣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는 점과 국내에 없던 '신개념 결제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한국의 알리페이'가 되겠다고도 자신했다.
하지만 출시 4개월째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제휴 카드사 수가 턱없이 적은 데다 사용도 불편하다는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KT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KT샵과 주요 정보기술(IT) 커뮤니티에는 클립카드 구매자들의 불만이 담긴 글들이 올라와 있다. 가장 많은 지적은 등록 가능한 신용·체크카드가 적다는 점이다. 현재 클립카드에 등록할 수 있는 카드는 비씨 롯데 하나카드로, 출시 때 밝혔던 제휴 카드사 그대로다.
당시 KT는 올해 안에 국내 모든 카드사와 손을 잡겠다고 밝혔지만 제휴 카드사는 4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카드업계 상위권인 신한 삼성 현대카드는 여전히 등록이 불가능한 상태다. KT 관계자는 "제휴를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개별 카드사와 마케팅비 같은 세부 정책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휴를 맺은 3개 카드사의 경우도 실제로 등록할 수 없는 카드가 많다. KT는 클립카드 앱(응용프로그램)에 이같은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해당 글이 상품설명이 아닌 공지사항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문제는 신용카드를 등록하지 않으면 멤버십카드 기능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구매자는 KT샵에 글을 남겨 "사용 중인 카드의 제휴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일단 멤버십 카드로라도 쓰려고 구입했는데, 이 기능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 교통카드는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현금을 충전해 바로 쓸 수 있다.
집적회로(IC)칩이 없어 일부 매장에서는 결제가 번거로운 점도 있다. 클립카드는 단말기에 긁어서 쓰는 마그네틱(MS) 방식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내년 7월부터는 전국 모든 카드 가맹점이 IC카드 단말기를 우선 승인해야한다. 앞서 KT는 이르면 올 하반기 IC카드 버전도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카드사 제휴부터 난항이라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 과정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클립카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주기적으로 충전이 필요하다. 앞서 KT는 한 번 배터리를 충전해 3~4주간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들은 2주에 한 번 정도 충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전기만 따로 판매하지 않아 분실시 재구매도 어렵다.
KT 측은 "배터리 충전 주기는 개인의 사용 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충전기 고장이나 분실 시 개별 구입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0만원대 가격은 소비자 원성을 더 높이는 배경이다. KT 공식 쇼핑몰에서 할인 혜택과 멤버십 포인트를 더하면 8만2800원까지 가격이 떨어지지만, 이 역시 가벼운 금액은 아니다. 출시 당시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KT는 "향후 카드사와 유통 채널과 협업해 카드 구매 비용을 낮출 것"이라며 "물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KT는 하나, 롯데카드와 제휴상품을 내놓고 클립카드 구매 금액을 캐시백이나 통신비 할인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에는 클립카드 TV광고도 선보이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KT는 현재 가입자 수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KT가 카드 출시와 함께 내걸었던 목표인 '연내 30만 가입자'의 달성이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입자 목표치는 국내 모든 카드사와의 제휴를 가정하고 세웠다는 게 KT 측 설명이기도 하다.
KT 관계자는 "아직 출시 초기인 만큼 성과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며 "최근에는 제휴가 안 된 멤버십도 직접 등록해 쓸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는 등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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