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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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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 바른정당 최고위원 gbs2008@hanmail.net >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 살아오면서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말이다. 신사참배와 창씨개명(創氏改名: 일본식 성을 새로 만드는 것)을 거부한 큰스님, 만공 스님의 ‘만공탑’에 새겨진 글이다. ‘천 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필자는 책을 보고 인생의 깊은 맛을 터득하기보다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이것은 어떤 문제든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낙후된 농업을 살리기 위해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 내려갔을 때도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려서는 ‘답’이 나오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셀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소비자 수요를 파악했다. 한 봉지에 고구마를 몇 개 담을 것인지, 가격은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 등 현장에 답이 있었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담아낼 수 있었다. 필자가 평생을 함께한 참다래와 고구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시절 직원들에게 “현장 속으로!”를 외친 것도 이때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생산적인 업무를 30% 줄이면 부서별로 2~3명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새로 생긴 잉여인력을 1개월 단위로 순환하면 농촌 현장에 파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정 개혁의 중심축이 될 현장 농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입안하는 공무원이 생생한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이것을 구성원과 함께 공유해 정책화하면 ‘살아 숨 쉬는 농업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뜨거웠던 지난 8월 필자가 강력하게 추진해 출범한 바른정당의 ‘민생특별위원회20’도 이런 연유에서다. 현장으로 들어가 답을 찾고 민생 법안을 마련해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휴가도 반납한 채 한 달간 현장을 찾아다녔으며 특위마다 민생법안을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의 책무로 백성이 처한 상황이나 형편, 의견 등 물정을 살피는 찰물(察物)을 강조한 바 있다. 예나 지금이나 현장에 답이 있다. 현실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라는 다산의 실사구시 사상처럼, 답을 얻고자 한다면 지금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보는 게 어떨까.

정운천 < 바른정당 최고위원 gbs2008@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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