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기업
[ 고경봉 기자 ]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만 30세를 맞았다. 1987년 9월18일 설립된 이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이듬해 1월1일 가입자를 받아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착수했고 1992년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1995년에는 농어민을 대상으로, 1999년에는 도시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늘려나갔다.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자 관련 업무도 다양해졌다. 1995년 국민연금연구센터를 세워 연금제도 발전을 위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에는 기금운용본부를 별도로 구성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2000년대는 국민연금이 거대화한 시기였다. 2003년 수급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적립기금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2007년에는 200조원을 돌파했다. 덩치가 커지자 투자 분야도 세분화됐다. 2007년 세계은행(IBRD), 해외 연기금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 투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채권 주식 위주이던 투자 부문은 대체투자 등으로 확대됐다.
공단 업무도 자산 증가에 맞춰 점점 다양해졌다. 2009년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설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설계 전문 강사가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 찾아가 교육·상담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외국인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서자 외국인 전담 조직인 국제업무센터도 문을 열었다.
20대를 맞은 2010년대는 종합서비스 기관으로 발돋움하는 시기였다. 장애심사 업무,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 등을 시행했고 2012년에는 기초수급자 근로능력평가 사업자까지 맡았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4년 기초연금 지원 업무를, 2015년에는 전국민 대상 노후 준비 서비스를 시작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기초연금제도도 국민연금이 맡고 있다.
30세를 맞은 올해 국민연금은 새로운 집도 생겼다. 2015년 공단 본부가 전북 전주로 이전한 데 이어 올해 2월 기금운용본부까지 옮겨오면서 전주 시대를 열었다.
30년이 지나는 동안 국민연금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정도로 커졌다. 무엇보다 자산 규모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현재 600조원으로 세계 공적 연금 중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국민연금이 어디에, 어느 분야에 투자하는지에 세계 투자은행과 운용사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국민연금이 1988년부터 지난 6월까지 운용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287조원에 달한다. 가입자 수는 2167만 명, 수급자 수는 428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30세를 앞두고 극심한 성장통도 겪어야 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 당시 주요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이 공모해 보건복지부 장관 및 감독을 받는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구속됐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담당 팀장들도 옷을 벗어야 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국민연금으로서는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지상 과제가 됐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민연금 최고 운영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간섭에 덜 흔들리는 효과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도 내년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사장에 이어 기금운용본부장 등의 선임이 마무리되면 국민연금의 내부 개혁 작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국민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조직으로 이른 시간 내에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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