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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50년 발자취 사사(社史) 발간…신격호 총괄회장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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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열처럼 심하면 기업 생존 위협"


[ 안재광 기자 ]
“1000실, 40층 이상으로 지어라.”

1970년대 중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설계 때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이렇게 지시했다. “지나치게 크다”며 다들 말렸다. 당시 대형 호텔보다 두세 배나 큰 규모였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쉽게 건너가지 않는다’는 그였지만 한번 뜻을 세우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다. 1979년 완공된 롯데호텔은 국내 랜드마크 호텔이 됐다.

10일 발간된 ‘롯데 50년사’에 기록된 내용 중 일부다. 롯데는 이 사사를 통해 창립 이후 그룹의 역사를 정리했다. 롯데가 그룹 사사(社史)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의 창업 스토리부터 그의 경영론,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아들 신동빈 회장의 경영 원칙 등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롯데 50년사’ 작성자들 도움을 얻어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 총괄회장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장면이다. 1980년대 황무지였던 서울 잠실에 호텔, 백화점, 실내 테마파크 등을 함께 짓는 ‘잠실 프로젝트’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 ‘이용객이 많지 않아 부정적’으로 결론 난 것을 그는 뒤집었다. 신 총괄회장은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도 먼 곳에서 달려오는 이유는 맛이 훌륭하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사업을 하면 고객은 다가오기 마련”이라며 밀어붙였다.

또 “두고 보면 안다. (완공되면) 1년 만에 교통 체증이 날 정도로 상권이 발달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의 잠실 프로젝트는 이렇게 추진됐고 결국 ‘대박’을 냈다. 잠실 롯데월드가 문을 연 198년 첫해 약 140만 명이 입장했고, 이듬해인 1990년에는 누적 입장객 수가 460만 명을 넘었다.

신 총괄회장을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회장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도 기술돼 있다. 신 회장은 “글로벌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글로벌 롯데’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적극적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선점할 수 없으면 개척하고, 개척이 어려우면 선점 기업을 인수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신 회장 지시에 따라 롯데는 중국 대형마트 타임스(현 롯데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롯데케미칼타이탄), 세계적 초콜릿 기업 길리안,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 더뉴욕팰리스(롯데뉴욕팰리스)를 줄줄이 인수했다.

‘승부사’로 불리는 신 회장이지만 독단적인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신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며 “생각이 다르면 꼭 얘기하는 게 임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버지와 다른 점이다.

‘무차입 경영’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확고한 지론도 확인된다. 그는 “기업에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다. 열이 나면 병이 오고 심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신 총괄회장은 해외에서 브랜드나 기술을 들여와 손쉽게 사업하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호텔 사업을 처음 할 때도, 롯데리아를 출범시킬 때도 “해외 유명 브랜드를 달고 로열티를 주느니 그 돈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라”며 독자적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1960년대 식품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 할 때는 “내 입에 안 맞으면 남에게 팔지 않는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당부했다. ‘품질 경영’이란 말조차 국내에는 생소했던 시기였다. 그는 직원 복장과 지시 사항 하나하나를 매뉴얼로 만들어 몸에 익히게 했다.

롯데는 역사집과 화보집 두 권으로 돼 있는 ‘롯데 50년사’를 계열사 임직원들과 주요 도서관, 공공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롯데의 과거와 현재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미래에 지속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새로운 비전과 노력을 공유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발간사에서 “창립 50주년이 되는 올해 ‘뉴 롯데’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롯데가 새롭게 선포한 비전인 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Lifetime value creator)가 돼 미래를 향해 당당히 나가겠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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