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스닥 (하) 사상최대 시가총액의 명암
실적 컨센선스 '오리무중'
"정보 공개 늘려야 신뢰 회복"
[ 김병근 기자 ] “지금보다 더 풍부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전달돼야 합니다.”
코스닥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가 시장에 유통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과거에 비해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는데도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못 믿을 기업’이라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나온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분석 보고서는 모두 1139건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수가 766곳인 점을 감안할 때 한 곳당 평균 1.5개 보고서가 나온 셈이다. 코스닥 기업에 대한 분석 보고서는 절반에 못 미치는 536개에 그쳐 한 곳당 평균 0.4개의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들의 분석 보고서가 없는 종목도 수두룩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실적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다수의 시장조사업체들은 세 곳 이상의 증권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특정 상장사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를 집계한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웃도는 대형주도 예외가 아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업체인 톱텍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501억원으로 전년 동기(420억원)에 비해 세 배가량 늘었지만 올 들어 나온 분석보고서는 한 건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투자설명(IR)에 소극적이다 보니 보고서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보를 공개한 뒤 납품처나 투자자로부터 예상치 못한 부정적 반응이 오는 걸 경험한 기업들이 더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정운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정보기술(IT) 거품 시기에 형성된 선입견 탓에 일부 기업의 사소한 잘못이 코스닥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며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과 성장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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