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창립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병원 인수해 잇단 흑자 이끌어
협회 창설해 암치료제 개발 앞장
"임상·투자 네트워크 구축할 것"
[ 이지현 기자 ]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를 통해 국내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이 항암바이러스 치료 분야의 주도권을 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21일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 초대회장에 취임한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53·사진)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산·학·연·병 네트워크를 구축해 암 정복 시대를 앞당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시아항암바이러스협회는 국내 항암 바이러스 전문가인 김만복 단국대 의대 교수(바이로큐어 대표), 항암 바이러스 분야 대표 기업인 신라젠 등이 참여한 아시아 첫 항암 바이러스 관련 협회다. 연구자, 기업, 자본가 등을 연결해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출범했다.
항암 바이러스 치료는 인체에 무해하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감염시키도록 조작한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암세포가 항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 증식 통로인 혈관이 망가진다. 인체 면역계는 항암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암 증식을 막고 면역 반응을 유도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원리다. 바이러스 치료제를 기존 화학 항암제, 면역 항암제 등과 함께 투여하면 암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전북 전주 전라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 이사장은 ‘병원 고치는 의사’로 유명하다. 1998년 부도 직전이던 인천사랑의료재단(옛 세광병원)을 인수해 3년 만에 흑자로 돌렸다. 2009년 경영난을 겪던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을 인수해 국내 병원장들이 앞다퉈 찾는 중소병원 롤모델로 바꿔놨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미국 영국 등의 암 치료 기관을 견학하던 이 이사장은 항암 바이러스가 면역·세포 치료와 함께 새로운 암 치료 시대를 열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해 초 김 교수와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함께하자고 뜻을 모은 그는 지난 6월 국내 연구자 및 기업 등과 협회 창립을 결의했다. 이 이사장은 “체계적 연구를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협회를 창립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항암 바이러스는 차세대 바이오 혁신 신약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연구 및 임상시험이 미미하다”며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연구 성과를 한 곳에 모으고 연구자 간 협업을 늘리면 실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 주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그는 “연구, 개발, 임상, 투자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며 “국민에게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협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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