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사는 왕위(가명·27)씨는 최근 회사에서 마련한 단기 연수 프로그램으로 독일을 다녀왔다. 베이징으로 돌아오는 왕씨의 여행가방속에는 화장품, 주방용품 등 독일에서 장만한 다양한 제품들이 들어 있었다. 왕씨가 독일에서 귀국준비를 하면서 챙긴 물건은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그의 스마트폰에 깔린 가상사설망(VPN) 애플리케이션이다. 홍콩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중국 정부가 최근 VPN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해외 여행을 하는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VPN을 다운로드 받아서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접속을 금지하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 각종 해외 뉴스사이트 등을 중국내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경이 생긴 것은 중국 정부가 올해 초 중국내에서 영업하는 VPN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은 그동안 공산당의 일당 통치에 비판적인 의견이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페이스북, 구글, 해외 언론 사이트 등을 ‘만리방화벽’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감시 시스템으로 차단해왔다. 이에 중국인들은 VPN 앱을 통해 이들 사이트에 접속해왔다. 그런데 올해 초 중국 정부는 국민들이 VPN을 통해 페이스북 구글 등에 접속하는 것도 막기 위해 VPN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등록제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중국 VPN업체들은 문을 닫아버렸다. SCMP는 “왕씨의 사례는 해외 사이트 접속을 막으려면 중국 정부 당국과 이를 우회하려는 중국 국민들간의 ‘두더지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