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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삼성 LG세탁기 수입제한 나서나… 미국 ITC "한국산 세탁기 美업계에 큰 피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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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美 1조원 세탁기 수출길 막히나
美국제무역위 “외국산 세탁기 수입으로 美산업 심각한 피해”판정
한국산 태양광 이어 트럼프 정부 들어 두번째…세이프가드 압박 고조
ITC, 19일 공청회 거쳐 구제방안 보고…트럼프가 내년초 최종 결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했다.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가동을 위한 사전 조치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삼성과 LG의 미국 세탁기 수출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ITC는 이날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외국산 세탁기 수출에 대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정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더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구제조치로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최저가격제 도입등이 거론되고 있다.

ITC는 오는 19일 수입구제 방법및 수준 등을 결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달 21일에는 구제조치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고 12월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은 내년 2월1일 있을 예정이다.

워싱턴 통상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를 일찌감치 천명한 만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6일 피터 나바로 미 국가무역위원회(NTC)위원장은 전국기업경제협회(NABE) 총회 연설에서 “LG와 삼성 등이 덤핑관세 부과 확정을 받은 이후 관세 회피를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겨 다니며 불공정 무역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은 무역 부정행위(trade cheating)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력 비난했다. ITC가 지난 1월 월풀 제소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중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각각 52%와 3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이들 두 업체가 베트남·태국 등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에 수출해 반덤핑 관세 부담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지적이다.

월풀이 세이프가드 발동이 필요하다고 청원한 품목은 가정용 대형 세탁기다. 이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월풀(38%), 삼성(16%), LG(13%) 순이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ITC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요청 안건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ITC는 지난달 22일 한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했다. 미 태양광 패널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이 지난 5월 청원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결정은 미 의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시 관련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어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미 연방 상하원 의원 69명은 지난달 8일 ITC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를 부과하면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내년에 태양광 일자리 8만8000 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 조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것이다.

한편 이날 ITC는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산’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향후 세이프가드 조치시 배제하도록 했다. 한미FTA(10조5항)는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경우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LG의 경우 일부 수출 세탁기를 국내에서 만들고 있으나, 양사 모두 대부분을 베트남 등 해외공장에서 제조·수출하고 있어 ‘한국산 면제’ 혜택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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