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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서울대 교수 "인간에게는 신적인 불꽃이 있다…대가 바라지 않는 이타적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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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신적인 불꽃’이 있다..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타적인 마음"
"타인과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결이 인간의 위대함을 만든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55)의 강의는 ‘서울대에서 가장 위험한 강의’로 꼽힌다. 종교를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그러하다. 종교학과 교수인데 그의 수업을 들으면 믿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창세기 1장이 창세기 2장보다 후대에 쓰였다는 이야기를, 페르시아 등 ‘이교도’의 문화가 어떻게 기독교에 흡수되었으며 그것이 또 어떻게 다른 종교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듣다 보면 신(神)의 섭리보다 그 종교를 ‘만든’ 인간의 발자국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2015년 12월 함께 내놓은 두 권의 책 《인간의 위대한 질문》, 《신의 위대한 질문》은 그가 본업인 고전문헌학의 관점에서 내놓은 책이다. 성경이라는 문헌을 바탕으로 거기에서 예수가, 또 신이 어떤 질문을 인간에게 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의 최근작은 그런데 상당히 결이 다르다. 지난 7월 내놓은 《인간의 위대한 여정》(21세기북스)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다뤘다. 전체 10권으로 계획된 시리즈 가운데 첫 책이다. 총 18개 장, 400여 페이지는 다큐멘터리와 비슷하다. 교양과학 책으로 봐야 할지 인문학 책으로 봐야 할지 헷갈려 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책이 담은 메시지가 또렷이 드러난다. 그는 종전 과학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간상이 틀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징이 나타난 시기를 짚어가며 그는 인간에게 이타심과 종교적인 특성, 곧 신(神)적인 특성이 아주 초기부터 나타나고 있음을 주장한다. 신석기 시대 농업혁명 이후에야 종교가 발생했다는 비어 고든 차일드(호주의 고고학자) 등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배 교수를 비롯한 몇몇이 서울 북촌의 한옥을 학교로 바꿔 만든 현대판 인문학 서당, 건명원(建明苑)에서 지난달 25일 그를 만났다. “인간에게 신적인 유전자가 있다”는 그의 주장을 들어보려 했다.

◆"인간 본성의 핵심은 이타적 유전자"

그가 천착하는 인간의 특징은 이타성이다. 그의 강의가 '위험한 강의'가 된 것은 종교가 만들어졌다는 측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만들어진 신》 등을 쓴 리처드 도킨스와 대척점에 서 있다.

그의 단골 비판 대상이 도킨스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다.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에도 이타주의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가 말하는 이타주의는 대가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의 연장선상에서 표현되는 '호혜적 이타주의'입니다.”

배 교수는 유전자가 자신을 남기기 위해 '혈연선택'을 한다고 설명한 진화생물학자 도킨스의 이론보다 통섭 이론으로 유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E.O. 윌슨)이 《지구의 정복자》(2010)에서 다룬 '집단선택' 개념이 더 인간의 진화를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혈연선택은 집단을 위해 죽는 개체가 있어도 명예를 얻어 후손이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이타적인 행동은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이타주의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행동이 아니라, “물질적 보상을 넘는 의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도덕성이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과정의 도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타주의는 어머니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어린 시절에 습득되기도 하지만 교육을 통해 ‘깨울’ 수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

“에티오피아보다 가난한 대한민국에 오스트리아 수녀 2명이 1960년대에 찾아와서 소록도에서 43년이나 한센인을 도와줬습니다. 돌아갈 때는 올 때 가져온 작은 가방만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또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자립할 수 없기에, 모두 어머니의 희생에 의존해 살아남았습니다. 이타심이 내 생명을 보전했음을 알고 있죠. 인간 진화는 이타심 발현의 과정입니다. 문자도, 도구도, 사회성의 발달도 그러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지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이루지 못한 것을 호모 사피엔스가 이뤘다고 지적했다. 바로 ‘경청’, 자신과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다. 프랑스 남부 아르데슈 강가에서 발견된 '쇼베 동굴'에는 3만2000년 전 현생인류가 스스로 동굴에 내려가 정교한 의식을 거행한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깊이 보고 묵상하는 수련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조각과 도구를 남겼지만 (타인을 위한) 그림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우월하다는 식의 해석은 경계했다.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만나 생겨난 잡종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를 만물의 영장으로 삼고자 하는 시각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을 짐승으로, 타자로 격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인간이 신이라고 선언한 사람이 예수"


하버드대에 유학해 고대 중동학의 거두 존 휴네가르드 교수를 스승으로 만났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쐐기문자다.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다리우스 1세의 베히스툰 비문에 적힌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그는 히브리어, 아람어, 라틴어 등 70여개 언어를 읽어낼 수 있게 됐다.

고전 문서를 원전 그대로, 당시의 말로 확인하는 것은 신학에서 가르치는 종교가 아닌 '날것'의 종교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가 지금 '신'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천착한 것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들어선 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어쩌다 유학을 갔고, 어쩌다 공부를 하고, 원래의 텍스트를 보면서 (종교의 원형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기원전 6세기 텍스트인 창세기 1장에서 신은 '우리가 우리의 형상대로, 우리의 모습대로 인간을 만들자'고 합니다. 달리 말하면 창세기 1장의 저자는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고 말한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신이다'라는 선언문입니다. 이후 신학자들의 번역이 다 틀린 셈입니다."

배 교수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간다. "또 인간이 신이라고 선언한 사람이 바로 예수입니다. 후대에서 예수를 신격화하여 종교로 만들었지만, 예수가 말한 것은 인간이 신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이 말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세계가 진리라는 착각을 깨는 것이 종교"

2003년 그가 서울대 교수로 임명된 후 한동안은 갈등이 잦았다고 했다. "기독교수회도 싫어하고, 아무래도 그런 게 있다"면서도 그는 "지금은 학생들이 아예 처음부터 '이 수업은 그런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온다"고 했다. 신앙을 굳게 하려면, 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배 교수는 한국의 종교가 지나치게 굳어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21세기의 칼뱅과 루터가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종교를 가지면 자기 생각을 놓아버리고,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게 됩니다. 21세기는 달라져야죠. 종교가 어떤 공식(삶의 원칙)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그러나 나는 '공식'을 배우려고 하는데 '답'도 가르쳐주고, 그 답 외에 나머지는 틀렸다고 하는 식이죠."

그는 질문을 되돌렸다. "만약 내가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전사의 자식으로 태어났거나, 시리아에서 IS(이슬람국가) 대원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어떤 종교를 가지고 살고 있을까요?"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이 세계가 진리라는 착각, 그것을 깨는 것이 종교의 큰 장점인데 정작 교인들이 그 장점은 잊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근엔 창조과학회 이사를 맡았던 박성진 포스텍 교수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나섰다가 낙마하는 등 창조과학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배 교수는 "근본주의는 인간이 다른 동물의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면 자기 위치가 흔들린다고 생각한다"며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무장을 위해서 성서의 문구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구의 나이가 4004년이라거나 6000년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중세까지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 먹이사슬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위대한 존재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고고학이 나오고 과학이 발전하고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면서 흔들렸어요. 진화론이 1920년대 교과서에까지 진출하면서 그때 '펀더멘털스'라는 책이 나옵니다. 성경은 일점일획 변함이 없고 오류가 없다는 내용입니다. 1930년대 한국에서 유학을 갔던 목사들 가운데서도 이런 내용을 받아들인 쪽과 아닌 쪽 간에 의견이 다르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인간 안에 신적인 불꽃이 있음을 예수가 설파했다면, 그것을 어떻게 끄집어낼 수 있는가. 배 교수는 "'고독'을 통해서"라고 답한다.


"자기 자신의 확장된 버전, 이상적인 자아를 발견하고 현재의 자신과 이상적인 자신을 일치시키고자 수련(self-discipline)하는 것이 신적인 존재입니다. 모세가 신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신은 '나는 나 자신(I'm myself)'이라고 대답하지요. 바로 그 때의 나 자신은 확장된 자아(greater myself)입니다."

나 자신을 바라보고 집중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선망한다는 한자에는 침을 흘리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기도 그 결과입니다. 남이 잘 되는 것보다 못 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도 같은 맥락이지요."

그는 자신의 현재 상태가 객관적으로 좋지 않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이 '천재'라고 분류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이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출신을 극복한 것은 자신을 수용하고 긍정해서 에너지로 바꾼 경우입니다."

그는 "자기 존경심이 없고 경청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도 듣지 못한다.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고 반응할 줄 모른다"고 했다.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 사건, 카인의 아벨 살해도 남을 시기한 결과다. "종교를 창시한 사람들이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두 자신에게 몰입하고 자신의 노래를 부른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된 존재, 3만년 전 쇼베 동굴에 스스로 들어가 여러 그림을 남겼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이전의 유인원과 다른 한 발짝을 내디뎠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인간의 여정은 왜 위대한가..이타심 때문"

배 교수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통해 "하늘의 빛나는 별보다 더 빛나는 위대함이 자신 안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삶을 인도할 북두칠성을 밤하늘에서 찾지 않고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발견한" 인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찍듯이 추적한다.



배 교수는 이 과정에서 물질과 정신의 선후 문제를 다룬다. 그는 "종교 이전에 종교적인 인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 마지막 장에서 다루는 '종교적인 인간(호모 렐리기오수스)'의 문제다. 그 단적인 사례가 터키에서 1960년대 발굴된 '괴베클리 테페(터키어로 '불룩한 언덕')'다. 약 1만1500년 전에 형성된 이 유적은 인간이 농업을 하기 전에 인위적으로 언덕을 세우고, 그 위에 정교한 구조물을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인류 최초의 신전이다. 당시 현생인류는 식물을 채집하거나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살던 유목집단이었다.


"농업의 시작 시점으로 일컬어지는 1만1000년 전보다 앞서서, 바퀴의 힘도 가축의 힘도 빌리지 않고 몇천명이 16t이나 되는 돌을 옮겨와서 56개의 원을 가진 구조물을 세웠던 거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농업 혁명이 일어나고 나서 그 다음에 도시와 예술이 형성되었다는 고전적인 이론을 완전히 뒤집어 엎은 겁니다."

그는 나아가 "농업이 사회문화적 변화를 이끈 것이 아니라, 이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정기적으로 순례를 오는 사람들을 위해 농업 같은 새로운 사회문화적 변화가 나온 것"이라며 "물질을 통해서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시각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신과 물질 간에 선후관계가 없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선후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인지를 재차 물었다. "선후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선후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인간이 자기 중심적인 삶에서 타인 중심의 삶으로 확장해 갔다는 거죠. 인간의 여정이 왜 위대한가 하면, 그 안에 이타심이라는 정신적인 DNA가 있기 때문입니다."

◆경계 허무는 글쓰기

배 교수는 도킨스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을 써서 히트를 친 유발 하라리의 견해가 한국에서 지나치게 떠받들어지는 데 대한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그들의 설명과 달리 인간에게는 이타심이 있고, 이것이 나는 진화과정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인문학자, 종교학자의 눈으로 한 번 보자고 하는 게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인문학자가 과학의 영역을 치고 들어가는 데 따른 부담감이 있을 법도 한데 거침이 없다. "자꾸 영역 넘어오지 말라는 소리도 듣지만, 이른바 학문적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있어요. 학문적 연구를 근거로 책을 쓰는 겁니다. 선진국에선 상당히 일반화된 것인데, 우리나라 베스트셀러는 대개 자기계발서죠. 그 중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작 《인간의 위대한 질문》, 《신의 위대한 질문》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판매된 것도 용기를 북돋았다. "이런 책을 원하는 숨겨진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고전문헌 연구라는 종전의 접근 대신 과학과 고고학적인 접근을 통해 인류의 위대함을 설명하고자 하게 된 데는 1년여간 출연한 KBS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의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 과학자들과 어울리게 되고, 종전에는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과학계의 논문을 뒤지는 것이 일상이 됐다. "네이처나 사이언스지에 게재되는 글을 주기적으로 찾아봅니다." 실제 《인간의 위대한 여정》 참고문헌 목록에는 지난 7월 책을 인쇄하기 직전에 나온 네이처지 게재 논문도 언급돼 있다.

◆"21세기에 어울리는 위대한 문명을 모색하는 것이 내 목표"

'크게 반역하겠습니다.'


배 교수를 만난 장소 북촌 '건명원' 한켠에 놓인 화분에 이런 문구가 적힌 리본이 휘날리고 있었다. 건명원은 오정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이 100억원을 쾌척해서 2014년 설립한 인문 과학 예술의 종합 강의장이다. 현대판 서당이다. 건명원장을 맡고 있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와 배 교수 등이 주축이 되어 꾸렸다. 평생 단추를 만들어 온 오 이사장이 "대한민국이 이렇게 있다가는 후진국이 되게 생겼다"며 "마지막으로 인재를 키워보자"며 만들었다. 오 이사장이 내세운 조건이 "반역하는 사람, 반역자로 (학생들을) 키워 달라"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학력 배경 등을 불문하고 면접을 통해 30명을 추려서 매주 수요일 저녁과 토요일 종일, 1년간 강의를 한다. 한달에 한번은 다같이 '묵언수행'을 하며 산에 오른다. 탈북자도 있고 재벌 자녀도 있다. 돈은 받지 않지만 출결관리가 엄격하고 원전을 통째 외우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중도 탈락자가 적지 않다.

그는 '한국'이나 '한국인'이라는 범주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한국인들은 너무 정보기술(IT) 세계에 빠져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건명원은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네 노래를 불러라, 그렇게 가르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2년 반 가량 학교를 운영한 소감은 어떨까. 배 교수는 "내가 애들을 바꿨다는 실감은 아직 잘 나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10권짜리 책을 내는 것 외에도 그는 한국일보 아주경제 월간중앙 등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고, 강연을 하고, 건명원 강의를 꾸리고, 서울대 내에서도 저소득층 학생 170명 가량을 모아 별도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종교학과 학과장도 맡고 있다. 하나하나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5km씩 조깅을 하고 30~40분씩 명상을 한다. 새벽 5시면 눈을 뜬다.

"일주일에 월 수 금 사흘은 학교 일에 매진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온전히 몰입해서 오전엔 운동하고 글을 읽고, 오후에는 연재하는 것을 쓰고, 저녁에는 단테와 길가메시,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저작을 번역합니다."

그는 "마감일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다"며 "6년 전에는 글 하나 쓰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3~4개씩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에는 월간중앙에 기고한 글을 모아 《위대한 리더》 라는 책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배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탈리아의 정신적 뿌리가 된 단테나 미국의 정신을 세운 월트 휘트먼, 왈도 에머슨, 헨리 소로 등을 자신의 롤 모델로 꼽았다. 새로운 세상을 끌어갈 정신을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위대한 문명의 문법을 찾는게 목표죠."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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