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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혁신성장의 성공, 자본시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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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은 스타트업 포함한 벤처업계 몫
M&A 활성화 등 모험자본 공급기능 살려
벤처 진입·자금회수 선순환 생태계 조성해야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경제부처에 이른 시일 안에 개념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는 집행전략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혁신성장론은 조지프 슘페터나 제이컵 슈무클러의 이론을 계승한 기술혁신모형에 입각해 ‘장기적으로 생산성 증가는 기술혁신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기술혁신을 가져오는 가장 큰 동인은 잠재 이윤과 시장 규모를 들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독과점 기업의 혁신에 대한 동인은 완전경쟁 하의 기업들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혁신적 기술이 기존의 독과점 이윤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혁신은 신규로 진입하는 기업에서 더 왕성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업계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1998년 ‘벤처기업 육성 특별조치법’이 제정됐으니 벤처업계는 이제 스무 살의 성년이 됐다. 당시 코스닥 출범과 함께 1차 벤처 붐을 일으켰으나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면서 벤처업계도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후 벤처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육성에 힘입어 현재 기업 수는 3만3060개, 총 매출은 2015년 기준 216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의 13.9%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인원은 73만 명에 이른다.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벤처생태계가 안착됐다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벤처투자의 77.3%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의 부진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3년 생존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대부분 벤처로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자금이나 정부지원금으로 창업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정부의 창업포털사이트 K-스타트업에 따르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합쳐 총 180여 개의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7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매년 지원되고 있다. 반면 전문투자자인 엔젤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을 통한 지원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자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행정의 관료성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을 제외한 벤처투자의 경우 정부가 조성한 모태펀드나 성장사다리펀드가 벤처캐피털에 위탁운용을 해 투자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적 지원에 초점을 두다 보니 본래 기능인 마중물 역할이 아니라 아예 투자자금의 본류가 되면서 이제 매번 펌프질을 할 때마다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둘째, 벤처업이 활성화되려면 투자자금의 회수가 되는 엑시트(exit)가 용이해야 한다. 벤처의 대표적 엑시트 방법은 인수합병(M&A)이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듯 미국은 대부분 M&A를 통해 엑시트가 된다. 그런데 한국은 M&A 시장이 열악하다 보니 신규상장(IPO)이 거의 유일한 회수창구가 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준석, 권민경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 수는 1996년 1000개에서 이제 2000개로 증가한 데 반해 미국의 상장기업 수는 7500개에서 3700개 수준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런데 상장기업 규모를 보면 시가총액 규모로 볼 때 하위 40%에 드는 소규모 회사의 상장 비중은 29%로 미국의 37%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상장폐지기업의 사유도 미국은 61%가 M&A인 데 반해 한국은 16%만이 M&A고 실적 악화로 인한 상장폐지가 75%에 이른다. 즉 이미 어느 정도 규모가 된 기업들이 상장되다 보니 성장잠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이 상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M&A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상장요건의 진취적 변화가 시급하다.

총괄하면 기술의 혁신성 못지않게 벤처 탄생 및 엑시트와 관련,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선순환체계가 형성돼 벤처 생태계가 안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혁신성장의 성공 여부는 실물부문보다 오히려 금융부문,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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