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들이 대학구조개혁평가 중단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정원 감축을 목표로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현행 정부 주도 평가가 아닌 자체 인증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4년제대 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교육부에 2주기 구조개혁평가 중단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 1일 대교협 회원 대학 총장들이 발표한 ‘대학 사회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대교협은 “총장들뿐 아니라 전국대학평가협의회, 전국대학교기획관리자협의회, 전국대학노조 등 현장 실무 기관들과 문제점 및 개선 의견을 공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교협은 “고등교육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새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구조개혁평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교육부가 8년간 3주기로 나눠 진행하는 전국 단위 대학평가다. 평가를 통해 오는 2023년까지 대입 정원을 총 16만 명 줄여나가는 게 목표다.
1주기 평가에서는 A~E등급으로 나눠 A등급을 제외한 대학은 의무적으로 정원의 일정 비율을 감축해야 했다. 새로 진행되는 2주기 평가의 경우 세부 등급 구분을 없애고 상위 50~60%를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 해당 대학에는 별도 목적을 지정하지 않는 일반재정지원이 이뤄진다.
교육부는 이 점을 들어 2주기 평가가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반면 대교협은 그럼에도 구조개혁평가가 본질적으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고등교육을 옥죄고 있다고 판단해 이견을 보였다.
대교협은 “구조개혁평가는 대학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 평가로 대학 정체성을 훼손하고 등급을 부여해 서열화를 조장한다. 대학교육 질 개선에도 역행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획일적 평가로 인한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도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증’하는 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분리 평가하는 점, 권역별 상대평가 방식으로 비율을 정해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하는 점, 정량지표 만점 기준이 높은 점 등도 문제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각각 평가 결과를 왜곡하고 수도권 대학의 역차별을 낳으며 대학 간 과도한 출혈경쟁이 벌어진다는 이유에서다.
1단계 평가로 앞당겨진 ‘법인 책무성’ 지표를 당초 계획대로 2단계에서 평가해달라는 주문이 뒤따랐다. 법인전입금 등 재단의 재정건전성을 주로 보는 지표다. 2단계 지표가 될 경우 1단계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면 이 지표는 평가받지 않아도 된다. 재단 여력이 부족한 대학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한 건의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자율개선대학에는 일반재정지원을 할 방침이다. 법인 책무를 다해야 정부가 대학에 경상비 형태 재정지원을 할 근거가 생긴다는 점에서 모든 대학이 평가받는 1단계 지표로 바꾼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구조개혁평가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탓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평가 결과와 재정지원을 연계해 강제적 대학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대교협의 움직임은 이 같은 정부 관행을 거부하는 시도인 셈이다. 단 교육 당국이 현 정부 들어 대입 전형료 인하, 대학 입학금 폐지 추진 등 한층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대학들 의견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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