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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싱글벙글!] 슬럼프 탈출 비밀병기는 집게그립 … "퍼팅 안정감·자신감 되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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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파 그립에서 다수파 그립으로

가르시아·스콧 등 일부 선수만 잡다
플리트우드·스탠리 등 전향 잇따라

국내선 왕정훈·김시우 대표 '집게파'
현정협도 집게그립으로 바꾼 뒤 선전
LPGA 최나연 "부진 끊으려 선택"



[ 이관우 기자 ] 퍼팅이 안 되는 프로들은 대개 비슷한 길을 걷는다. 퍼터를 바꾸거나 퍼팅 그립을 바꿔보는 일이다. 어느 선수의 퍼팅 그립이 바뀌어 있다면 그건 절박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퍼팅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요즘 퍼팅 부진에 처방되는 ‘약방의 감초’가 집게그립이다. 연필을 쥐듯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살포시 퍼터 그립을 잡는 이 독특한 그립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애덤 스콧(호주), 필 미컬슨(미국) 등 일부 선수가 잡던 소수파 그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 투어 선수들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다수파 그립이 될 조짐마저 감지된다.

유럽투어에선 토미 플리트우드가 대표적이다. 2015년 말 집게그립으로 전향한 그는 지난 1월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에서 세계랭킹 3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제치고 4년여 만에 2승 고지에 올랐다. 플리트우드는 “퍼팅이 너무 안 돼 스윙코치와 함께 안 해본 그립이 없을 정도로 바꾸고 또 바꿨다”며 “집게의 느낌이 제일 좋았고, 이 그립으로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았다”고 털어놨다. 2017 페덱스컵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다툰 카일 스탠리(미국)도 집게그립 전향자다.

K골퍼도 대거 합류하고 있다. 왕정훈(22)에 이어 김시우(22·CJ대한통운) 등 해외에서 뛰는 K골퍼들이 이 그립으로 잇달아 우승을 거머쥐고부터다.

대표적인 집게 전환파가 최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현정협(34)이다. 투어 9년차인 그는 아직까지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집게그립으로 바꾼 뒤 퍼팅감이 살아나고 있다. 올 시즌에만 벌써 준우승을 두 번 했다. 종전 자신의 최고 성적은 2009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공동 6위다.

현정협은 “스윙과 코치 장비 모두 바꿨는데, 특히 퍼팅 그립을 집게로 바꾼 뒤 감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현정협 외에도 신예 서요섭(21)과 중견 골퍼 이동하(36)도 올해 집게그립으로 바꿔 재미를 보고 있다. KPGA협회에 따르면 1부 투어에는 집게그립으로 전환한 선수가 10여 명에 이른다.

최근엔 여자 선수도 집게그립을 시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이정민(25·비씨카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선 최나연(30·SK텔레콤)이 집게그립으로 바꿨다. 둘 다 성적 부진을 뚫고 나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근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최나연은 “집게그립이 안정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PGA에서 커트 탈락을 면치 못하던 그는 이 대회에서 공동 22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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