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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찾기] 조선의 흥망성쇠 머금은 왕의'으뜸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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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국가 공식행사 치르던 근정전
연회 베풀던 경회루·향원정



[ 양병훈 기자 ] 고궁(古宮)은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 중심부에 있지만 교외로 나간 것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닥에 막 깔린 낙엽을 밟을 때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계절의 운치를 한껏 끌어올린다. 고궁은 조선왕조의 숨결이 배어 있는 곳이다. 전각을 비롯한 건물 곳곳에 묻어나는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을 겪은 우리 민족의 아픔도 서려 있다. 한국의 ‘4대 궁’으로 불리는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을 소개한다.

경복궁은 조선시대 역사의 부침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 조선 왕조가 막 시작된 1395년 경복궁은 법궁(法宮)으로 창건됐다. 법궁은 왕이 머무는 궁궐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궁궐을 뜻한다. ‘경복(景福)’이라는 이름은 정도전(1342~1398)이 지은 것으로 ‘새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름이 무색하게 경복궁은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으로 전소됐다. 그 뒤 흥선대원군이 고종 4년(1867)에 중건(重建)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본이 조선물산공진회를 연다는 구실로 90% 이상의 전각을 헐었다. 1990년에 이르러서야 복원 작업이 완료돼 경복궁의 본래 모습이 되살아났다.

경복궁의 주 출입구인 광화문(光化門)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근정전(勤政殿)과 마주한다. 근정전은 조선왕조 때 왕의 즉위식이나 문무백관 조회, 외국 사절 접견 등 국가의 공식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 이런 까닭에 근정전은 경복궁의 얼굴, 나아가 조선왕조의 얼굴처럼 여겨졌다.

건물은 왕의 위엄을 나타내듯 화려하고 웅장하다. ‘근정’이란 이름은 ‘천하의 일을 부지런히 해 잘 다스린다’는 뜻이다. 당시 관리와 백성이 왕을 섬기기만 했던 게 아니라 왕에게 부지런함이라는 덕목을 요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근정전 앞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해 근정전 쪽으로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시의 웅장했던 국가 행사를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궁궐에는 왕만 있는 게 아니다. 차기 왕위 계승자인 세자도 있다. 경복궁에는 세자의 활동 공간인 동궁(東宮)이 있다. 이름을 동궁으로 한 것은 세자를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동궁의 물리적 위치도 궁의 동쪽에 있다. 동궁은 세자가 임금이 됐을 때 해야 할 일을 배울 수 있도록 법궁의 축소판으로 지어졌다. 압축된 외조(外朝)·치조(治朝)·연조(燕朝)에 해당하는 기구를 두루 갖추고 있다. 다만 왕의 건물처럼 웅장하게 짓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이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근정전이나 사정전처럼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아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좋다.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싶을 때는 경회루(慶會樓)나 향원정(香遠亭)으로 가면 된다. 경회루와 향원정은 경복궁 내 연못 중간에 있는 작은 섬에 지어진 건물이다. 경회루는 왕이 신하들에게 큰 연회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곳이다. 연회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도록 주변 경치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이런 까닭에 경회루는 지금도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 가운데 하나다. 향원정은 경복궁 가장 안쪽에 있는 정자로, 왕과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경복궁에는 왕비의 거처인 교태전(交泰殿)이 있다. 이곳에서 왕비는 궐 안의 살림살이를 총지휘하는 업무를 했다. 아미산(峨嵋山)은 교태전의 후원으로 계단식 화단이 조성돼 있어 아름답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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