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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강력 환경 단속…문 닫는 한국기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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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숯불구이 식당도 제재…사드 보복에 환경 규제까지 '날벼락'

단속반 갑자기 들이닥쳐 영업정지·사업장 폐쇄
한국 대사관·KOTRA, 긴급 실태조사 나서

시진핑 정부 2기 최우선 과제…전방위 단속
건설 공사는 1주일에 최대 사흘만 허용
공장들 몸 사려 물동량 급감…해운도 위축



[ 박재원/강동균 기자 ]
KOTRA가 지난 19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중, 초강력 환경단속 폭풍 (1)제4차 중앙감찰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20일에는 같은 제목 아래 ‘(2)직격탄 맞은 산업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중국 정부의 ‘환경 감찰’과 관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비상벨’을 울리는 내용이었다. KOTRA는 21일 세 번째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7일부터 지린성 등 중국 여덟 개 지역에 강도 높은 환경보호 감찰이 시행된 뒤 영업정지, 사업장 폐쇄 등을 당한 한국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A사는 최근 용접 과정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았다. 베이징 상하이 등의 한인 주거밀집지역에서 숯불구이를 파는 식당들도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3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맞았다.

환경감찰은 중국 중앙정부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이나 사업장을 강력히 단속하는 제도로 2016년부터 시행돼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가 직접 각 지역에 감찰조를 파견해 단속하면서 △벌금 △영업정지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속 대상은 중국에서 사업장을 가동하는 모든 기업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당연히 포함된다. 한국 기업들은 규제 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대비책도 미흡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OTRA가 경고성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는 이유다. 더욱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현지 시선도 싸늘한 편이다.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도 애로를 겪는 기업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다음달 중순에 피해 사례를 모아 보고서를 발간한 뒤 한국 기업을 상대로 대응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미 피해 사례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B사는 작업 과정에서 일부 기준 위반을 지적받았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새로 설비 공사를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공사 범위를 자의적으로 결정해 실시할 경우 앞으로 당국의 추가 지적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한국 기업 가운데 최근 문을 닫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현지 진출 건설사는 1주일에 최대 사흘만 공사를 하도록 중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 인프라 건설현장을 제외한 일반 건설현장은 공기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LG전자 협력사 한 곳은 최근 며칠 동안 공장 문을 닫았다. 단속을 피해 공장을 세우고 직원들은 때아닌 휴가를 떠났다. 이 회사 대표는 “그동안 쌓아둔 관시(關係) 때문에 미리 단속 사실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다”며 “공장을 멈추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가동 중단 등의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이른바 ‘관시’가 좋은 기업들은 낮에 공장 문을 닫고 밤에 일하며 버티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 중국 철수까지 고민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사태의 배경에는 환경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시진핑 정부가 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26일 중국 성(省)급 간부들이 참석한 19차 당대회 맞이 연구토론회에서 ‘리스크 예방’ ‘빈곤문제 해결’ ‘환경오염 예방 및 개선’을 3대 과제로 지적했다. 이 담화는 시진핑 집권 2기 출범을 알리는 당대회를 앞두고 향후 정책기조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앞으로 몇 년간 환경단속 폭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차 환경 감찰을 통해 16개 성과 시에 대한 단속을 마무리했다. 올해 3~4차 감찰을 통해 나머지 지역을 포괄해 중국 전역 31개 성시(省市)에 대한 환경감독을 완료했다. 그러나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은 올해 말까지 지방정부 주도로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7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4차 조사에선 총 1만3826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이 중 7457건은 시정명령을 받았고 2115건은 처벌 대상이 됐다. 적발된 기업에 매겨진 벌금은 9449만위안(약 162억원)에 달한다. 66명은 형사처벌을 받았다.

중국 ‘환경오염범죄사법해석’에 따르면 환경오염을 유발한 기업과 대표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구류 및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경우 최대 7년형까지 선고받는다.

중국 당국의 단속 의지가 강해지면서 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베이징시는 그동안 도심 식당에서만 옥외 바비큐를 제한해 왔지만 이를 퉁저우, 이좡, 순이, 다싱 등 외곽 지역으로까지 확대했다. 시 당국은 옥외 바비큐가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인 PM 2.5를 다량 배출한다고 보고 있다. 실외 바비큐 현장 수천 곳을 단속해 한 곳당 20만3000위안(약 3500만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숯불구이 단속으로 관련 식당은 손님이 이전보다 20~30%나 줄었다.

중국 전역에 있는 생산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단속을 피해 생산량을 줄이면서 해운업계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국경절(10월1~3일)을 앞두고 2주간 현지 수출 물량이 쏟아졌다. 기업들이 국경절 연휴에 앞서 공장을 최대한 가동해 물량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중국발(發) 물동량 급증으로 해운업체도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올해는 물량이 절반으로 급감했다.

■ 중국 환경보호 감찰제도

중국 정부가 직접 각 지역에 감찰조를 파견해 환경문제를 점검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 기준과 오염 배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지방정부의 눈감아주기식 관행과 지방 민영 기업의 관시(關係)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섰다.

박재원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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