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인력도 우리에겐 소중한 정규직…해외진출 외엔 답 없는 상황"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고객사 잃고 직원 360명 한꺼번에 이직
정규직 전환 민간 확산되면 업계 '위기'
최저임금 인상도 부담…퇴직금 마련 고민
단순 인력파견사업 더 이상 설 땅 없어
베트남업체 인수 등 해외로 눈 돌려
[ 조아란 기자 ]
삼구아이앤씨는 인력아웃소싱 전문업체다. 구자관 대표(74)가 20대 때 청소아주머니 두 명과 화장실 청소를 해주는 작은 회사로 출발했다. 지금은 19개 계열사에 직원 2만3000명,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회사가 됐다. 6만여 개의 영세업체가 난립해 있는 국내 인력아웃소싱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다.
구 대표의 직원 존중 정신과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경영이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구 대표가 명함에 ‘책임대표사원’이라는 직책을 표기한 것도 이런 책임감에서다. 삼구아이앤씨 직원은 대부분 정규직이다. 직원 간 호칭은 ‘선생님’ ‘여사님’이다. 그래서 서비스의 질도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독 장기고객이 많은 이유다. 농심에 35년, 대한항공에 31년, 신세계에 25년째 인력을 공급해주고 있다. 그 덕분에 회사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라는 고객사를 잃었다. 그곳에 파견한 삼구아이앤씨 직원 360명은 공항공사 자회사로 회사를 옮긴다. 정규직화가 민간으로 확산되면 인력공급업계는 생존기반을 위협받게 된다. 올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세웠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에 달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골몰하고 있는 그를 17일 서울 신대방동 삼구아이앤씨 본사에서 만났다.
▷직원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재밌게 다녀야죠. ‘아, 이 회사 안 망하나? 다른 데 가야지.’ 직원들이 이런 생각을 하면 회사가 발전을 못 하지 않겠습니까. 회사는 작지만 직원들이 집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더 좋다고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입니다. 옥상에는 골프장, 지하에는 스낵바가 있고 골프장 옆에는 샤워시설과 휴게실도 마련했습니다. 안마사도 정직원으로 고용해 직원들이 근무시간에도 안마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삼구아이앤씨는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들었습니다.
“2만3000여 명의 직원 중 90%가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보장하는 정규직 형태로 고용돼 있습니다. 나머지 10%는 근로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원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경영 방침이 회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까.
“물론입니다. 청소, 경비를 하는 아웃소싱업체는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게 낮은 인건비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없었다면 회사도 성장을 못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존중받고 있는가’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는가’입니다. 존중받는다고 느끼면 하는 일도 정성을 다해서 하게 됩니다. 그게 우리 회사에 장기고객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느 기업과 거래하십니까.
“농심과는 1983년 13명의 직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1600명이 파견돼 일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에는 1986년 기내식 그릇을 설거지해주는 직원 86명을 파견했다가 지금은 800명을 파견하고 있고요. 1992년 23명이 일하던 신세계에서는 3000명이 일합니다. 한번 맡겨보면 동종의 다른 업체와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계열사 전체 매출이 2015년 6100억원, 작년은 7500억원입니다. 올해는 매출 1조원 달성이 목표였습니다.”
▷어떻게 창업했습니까.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빗자루, 마대걸레 등을 만들어 자전거 행상을 하면서 팔고 다녔어요. 벌이가 시원치 않아 오히려 빚만 늘었죠. 구두닦이도 했는데 돈을 벌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1960년대 후반부터 서소문에 빌딩이 들어섰는데 화장실이 아주 더러웠어요. 그래서 양동이와 하이타이 염산 솔 등을 들고 다니면서 화장실을 닦아주겠다고 했죠. 혼자 하기 버거워 아주머니 2명을 고용했어요. 그게 회사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인력공급업체가 해외법인을 여럿 두고 있다는 게 의외입니다.
“인력공급업체는 매출 600억원을 넘으면 대기업이 됩니다. 그러면 공공부문 입찰에 참여할 수 없어요.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카타르법인도 7년 전 국공립용역 입찰에 참여 제한을 받게 되면서 설립한 겁니다. 지금은 미국 중국 베트남에도 해외법인이 있습니다. 베트남은 국내 대기업이 공장을 지으면서 함께 가자고 제안해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베트남 현지 인력공급업체를 하나 인수할 예정입니다. 덴마크의 인력공급업체인 ISS는 연매출이 13조원입니다. 우리로서는 아직 꿈 같은 얘기죠.”
▷고객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삼구아이앤씨로선 곤란한 상황이었을 것 같습니다.
“인력공급업도 하나의 산업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우린 고객을 잃고, 우리 정규직 직원들은 다른 회사 정규직 직원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원들이 더 잘돼서 옮기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섭섭하지 않습니다. 타격도 크지 않습니다. 저희가 공공부문 입찰을 제한받아왔기 때문에 공공부문 비중은 5%밖에 안 되거든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민간부문으로도 확산될 수 있습니다. 당장 대기업들이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심각한 문제죠. 지금도 인력공급업체들은 아우성입니다. 유럽에 있는 세계고용협회(WEC)가 주최하는 회의가 있습니다. 매년 국내 인력파견업체 대표들이 고용시장의 최근 동향을 들으려고 참석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한 곳도 가지 않았어요. 팔자 좋게 비행기 타고 외국 세미나를 다닐 수 없단 겁니다. 대기업에서는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업체들은 발전 가능성이 없어지는 셈이죠.”
▷삼구아이앤씨는 어떤 대책이 있나요.
“해외로 가야죠. 앞으로 단순 아웃소싱은 해외 진출 외에는 답이 없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전문도급업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술을 보유한 고객사에 제조를 위탁받아 공장과 인력을 고용해 생산을 해주는 겁니다. 최근 자동차부품사로부터 도급을 맡게 돼 1000여 명의 기술인력을 뽑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봉이 2900만원인데 사람 뽑기가 너무 힘들어요. 인력 미스매칭이 심각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적잖은 부담이 될 듯합니다.
“최저임금이 내년 7530원으로 오르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최저임금은 9000원가량이 됩니다. 퇴직금과 4대보험이 다 따라붙어야 하니까요. 저희도 내년에는 퇴직금만 160억원을 더 마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일시에 그만둔다고 할 때 퇴직금을 100% 줄 수 있는 기업이 몇 개나 되겠습니까.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책도 없이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한 게 아쉽습니다.”
▷경영자로서 연세가 적지 않으신데 2세 경영에 대한 계획은 어떻습니까.
“1남1녀가 있는데 자녀에겐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미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아들은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사위는 음악을 합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우리 가족이나 일가친척 누구도 회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주식의 47%는 직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제가 보유한 지분 51%는 재단을 세워 출연할 생각입니다. 저는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못 했던 사람입니다. 저처럼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습니다. 회사 잘 키워서 매년 100억원을 장학금으로 주는 게 꿈입니다.”
■ 구자관 대표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는 1968년 삼구아이앤씨를 창업할 때부터 두 개의 직함을 갖는 게 목표였다. 아웃소싱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를 조직해 회장직을 맡는 것과 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이 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꿈을 이뤘다. 회사를 중견기업으로 키워놨고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용문중·고등학교 총동문회장도 지냈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그는 야간고등학교에서 어렵사리 공부를 마쳤다. 그는 “성인이 되기 전 유일하게 졸업장을 받은 게 고등학교여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1944년 서울 출생 △1963년 용문고 졸업 △1968년 삼구아이앤씨 창업 △1976년 법인 전환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도산경영상 수상 △2008년 전경련 국제경영원 경영대상 수상 △용인대 졸업 △용문중·고교 총동문회장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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