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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남사친'과 커피 한 잔, 강릉보단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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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군산 커피


[ 김보라 기자 ] “강릉 갈래? 커피 마시러.”

스무 살 가을. 학교 캠퍼스를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커피와 강릉이라니. ‘바다=회+소주’의 공식으로 들어찬 머릿속이 순간 어지러워졌습니다. 그날 밤 차를 몰고 동해 바다로 향했습니다. 멍한 눈, 푸석한 얼굴로 해 뜨는 걸 보며 배를 채우고 커피집을 찾아갔습니다. 시골길을 한참 지나 ‘설마 이런 데서 커피를 팔까’ 싶은 곳. 오두막 같은 나무집이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테라로사. 주인아저씨는 도무지 커피 맛을 제대로 알 리 없는 스무 살 우리에게 잔과 원두를 계속 바꿔가며 커피를 내려줬습니다. 후한 커피 인심에 그 자리에서 한 10잔씩은 마신 것 같습니다. 쓰고, 달고, 시고, 또 쓰디 쓰고. 그날 이후 삶이 달라졌습니다. 커피 없이 하루도 못 사는 일상이 시작됐지요.

15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1년에 서너 번은 강릉을 찾습니다. 모든 것은 변하는 게 마련이라지만, 강릉은 최근 3~4년 사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테라로사는 커다란 로스팅 기계를 갖춘 최신식 공장이 됐고, 강릉 커피 거리에도 으리으리한 대형 커피 전문점들이 덩치 싸움을 하고 있지요. 테라로사와 함께 강릉 커피의 원조격인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공장은 번호표를 뽑고 거대한 대기실에서 기다려야만 겨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됐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아니라 ‘커피 한 잔의 전쟁’을 치르는 공간이랄까.

커피 마니아들은 강릉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중 전북 군산이 가장 유명합니다. 서울에서 안 막히면 차로 2시간, 평소에는 3시간. 1930년대 근대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일치기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조선총독부 은행과 세관, 적산가옥 등이 시간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더합니다.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은 일제의 쌀 수탈 통로이자 서구의 문물이 드나들던 곳. 우리나라 1호 커피 마니아였던 고종 황제도 군산항을 통해 들어온 가배(커피)를 즐겨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산에는 일본식 다다미방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미즈커피’(사진), 옛 공장을 개조한 느낌의 ‘카페 틈’, 바다가 바로 보이는 ‘카페 196’, 은파호수에 조용히 자리 잡은 ‘산타로사’ 등 가볼 만한 카페가 즐비합니다. 군산 사람들은 집에서도 ‘커피를 탄다’는 말 대신 ‘커피 내린다’는 말을 쓴다고 하니, 100여 년 전부터 이어져온 커피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이번 주말에는 커피에 관한 스토리가 더해진 ‘2017 군산 시간여행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옆에 있는 남사친, 여사친에게 한번 말해보시는 게 어떨지.

“군산 갈래? 커피 마시러.”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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