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절구(四字絶句)의 인간학' 펴낸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총재
요즘 정치인은 제 이익만 주장
진실 대변 못하고 대립·갈등 조장
경로효친 살려 윤리의식 높여야
[ 임근호 기자 ]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우리 사회의 잃어버린 도덕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허만기 도덕성회복국민연합 총재(사진)는 “나라 걱정만큼은 현역”이라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올해 여든여덟인 그는 1988~1992년 13대 국회의원을 지낸 원로 정치인이다. 당시 국회 ‘제5공화국 비리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전두환 정부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쳤다. 2006년 성균관유도회(儒道會) 총재를 맡았고, 2007년 도덕성회복국민연합을 세웠다. 2009년에는 대한민국 헌정회 원로위원으로 선임됐다.
허 총재는 “정치란 끊임없는 권선징악으로 비인간화와 싸우는 것”이라며 “막힌 곳을 뚫어 소통하는 것이며 가슴 속에 맺힌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 진실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최대 명제는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 인의예지(仁義禮智)를 통한 사회적 평화와 안정”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인간성의 상실, 인도주의의 타락, 도덕성의 상실은 사람들의 정신을 파괴하고 타락과 패륜, 부정과 비리에 빠지게 한다”고 했다. 인간 행동의 기본인 도덕이 무너지면 인간도 몰락하고 나라도 망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정치인은 자당·자파의 이익과 주장만을 내세워 남을 부정하고 반대한다”며 “이는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파괴적 충돌을 초래하는 것으로 도덕 정치와 거리가 먼 행태”라고 지적했다.
192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부터 유학을 공부해 50여 년 넘게 유학자로서의 도의를 추구하고,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보수적인 유교계 속에서도 개혁적인 성향을 지켜 왔다.
도덕성 회복을 위한 한 방편으로 그는 홀몸노인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홀몸노인 문제의 근본은 부모 봉양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공평하게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는 “30년 동안 연락을 않던 둘째 아들이 아버지가 죽은 다음 유산을 달라고 소송을 벌여 수십 년간 부모를 봉양하고 병시중까지 든 첫째 아들이 유산을 나눠줘야 했던 사연을 가까이서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허 총재는 “국내 홀몸노인 수는 100만 명이 넘는다”며 “노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혼자 산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리고 홀몸노인의 60% 이상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50만원으로 한 달을 산다고 했다. 그는 “효는 인간의 최고선이고 도덕성의 척도이며, 경로효친은 인간사회의 최고 질서”라며 “경로효친 사상이 살아나면 다른 윤리로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사자절구(四字絶句)의 인간학》을 펴낸 허 총재는 책 1만 권을 쾌척하고 그 대금을 홀몸노인을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전국 도서관 4400여 곳에 책을 보낼 예정이다.
허 총재는 “유교는 고리타분하지 않다”고 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꼿꼿함, 정직함이 유교의 생명이자 가치이며 여기에는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도덕성은 나라를 바로잡는 정신의 원천이자 삶의 도리”라며 “이 시대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행동강령이고 실천철학”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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