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거래일간 71.6% 상승
하루 거래대금 전체 1위
항암치료제 가치 1조 평가
다른 암치료제 기대감도 반영
"불확실성 높아…주가 과열"
[ 홍윤정 기자 ]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 회사 시가총액 순위가 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 11위에서 8거래일 만에 5위로 뛰어오를 정도로 가파르다. 개발 중인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백’ 가치가 1조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다른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대감까지 가세하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펙사백의 가치를 반영하더라도 현 주가는 과열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가파른 주가 상승세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신라젠은 2600원(7.07%) 오른 3만94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3.91% 뛰기도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8거래일간 71.6% 올랐다. 이 같은 급등세에 힘입어 휴젤과 바이로메드 등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5위 자리를 꿰찼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이날 신라젠 거래대금은 7805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4895억원)의 1.6배에 달했다.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간암 치료용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인 펙사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기존의 암 치료제와 달리 항암 바이러스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략한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3상에 진입한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임리직’을 미국 암젠이 1조원에 인수한 전례 등에 비춰볼 때 펙사백 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라젠이 개발하고 있는 펙사백이 임리직보다 적용 범위가 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리직은 피부암(흑색종 병변) 치료에 적용되는 치료제인 데 비해 간암 치료제인 펙사백은 신장암 대장암 등 병용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신약 가치 불확실성 높아”
전문가들은 펙사백의 시판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현 주가는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다른 암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하고 있지만 이들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분석에서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크게 세 차례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 허가가 나오기까지 성공 가능성을 6%대로 보고 있다. 하지만 펙사백처럼 임상 3상 단계에 도달한 치료제의 시판 확률은 80% 이상으로 높아진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수행계획사전평가(SPA)를 받았기 때문에 시판 허가 가능성은 더 높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2020년 펙사백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 주가에 다른 후보신약물질 기대감이 한껏 반영됐다는 점이 고평가됐다는 판단의 근거다. 신라젠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펙사백을 비롯해 펙사백과의 병용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암 치료제 등 7개다. 이 중 간암 치료제인 펙사백(임상 3상)과 유방암 치료제(임상 2상)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치료제는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이들 치료제는 시판까지 불확실성이 높아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펙사백 가치를 1조원으로 잡더라도 현재 2조5000억원이 넘는 시가총액은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큰 다른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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