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머리를 숙였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애플에 견줘 비판한 발언이 논란이 일면서다.
11일 김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본인이) 공직자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창업자가 정확하고도 용기 있는 비판해줬는데 감사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오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매서운 질책을 했는데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도 조언의 말씀 부탁한다"고 밝혔다.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해 시장의 경쟁질서 확립하고,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본연의 책무에 더욱 정진하겠다"고도 했다.
논란의 발단은 김 위원장이 국민일보와 했던 인터뷰에서 시작했다. 인터뷰 중 김 위원장은 이해진(50)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비교했다. 김 위원장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잡스는 독재자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였지만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 네이버 정도의 기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 GIO는 그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GIO를 거론한 이유는 최근 공정위가 네이버를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그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GIO는 네이버의 '준(準)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며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이재웅 창업자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창업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오만하다'고 했던 표현과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의 표현도 부적절했지만 (오만하다는) 내 표현도 부적절했다"고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장은 정치권까지 퍼져나갔다. 이날 인터넷 기업가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김 위원장은 '이 GIO가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고 질책했다.
안 대표는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20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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