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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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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네 번이나 읽었다

안톤 체호프는 모파상과 함께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한국 유명 작가 가운데 “체호프는 단편의 재능이 없어 오래 고심해온 내게 중요한 스승이 돼준 작가”라고 공공연하게 말한 이들이 있다. 체호프가 ‘귀여운 여인’을 발표했을 때 톨스토이는 네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잡지 편집자와 평론가를 눈물을 흘리게 한 ‘골짜기’에 대해 러시아 대문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갈채를 받는 체호프는 의대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유머 단편을 쓰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860년 러시아 남부 아조프해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난 체호프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료품 잡화점이 파산하자 고학으로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1886년에 처음으로 ‘추도회’라는 작품을 본명으로 발표했으며 2년 뒤 단편집 황혼으로 푸시킨상을 수상하면서 눈에 띄었다.

인간의 속물성과 허위를 배격하고 진실한 인간성을 반추하는 단편소설을 여러 편 남긴 체호프는 희곡에도 관심을 기울여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과 같은 세계 희곡사의 걸작들을 써냈다.

현대 단편소설의 길을 가르치다

체호프의 여러 작품 가운데 ‘귀여운 여인’ ‘약혼자’ ‘골짜기’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눠보자. 왜 톨스토이가 네 번이나 읽었을까? 네 번의 사랑을 각각 음미하느라 그랬을까? ‘귀여운 여인’을 읽으면 대문호 톨스토이의 심정을 헤아리게 된다.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인 만큼 자기 색깔이 없는 올렌카의 삶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올렌카는 ‘고운 마음씨를 지닌 착하고 인자한 여자’며 ‘그 누구에 대한 애정 없이는 단 1년도 살아갈 수 없는 여자’다. 유산으로 받은 집을 소유한 올렌카는 두 번 결혼했다가 두 번 다 사별하고 세 번째 남자를 만나 또다시 사랑을 나눈다. 남자의 불행까지도 감싸 안는 올렌카는 남자의 말을 경청하고 그의 견해에 동조하면서 귀여운 여인으로 사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세 번째 남자 수의관이 사라진 뒤 혼자 남은 올렌카, 복스러웠던 얼굴은 여위고 귀여움도 달아나고 만다. 사랑할 대상이 없을 때 올렌카는 ‘아무런 기쁨도, 자기 의견도 없이’ 그저 세월을 보낼 뿐이다.

어느 날 아내와 재결합한 수의관이 나타나자 그녀는 그 가족에게 자신의 안방을 솔선해서 내주고 바쁜 부부 대신 그들의 아들 샤샤를 돌본다. 모성애를 한껏 발휘하며 샤샤의 관심사를 좇는 올렌카는 빠르게 귀여운 여인으로 돌아온다. 사랑을 베풀어야만 삶의 의미를 찾는 귀여운 여인 올렌카. 그녀를 보면서 나를 일으켜세우는 것은 무엇인지, 톨스토이처럼 네 번 읽으며 생각해보기 바란다.

‘약혼녀’의 나쟈는 올렌카처럼 사랑에 쉽게 빠지지 못한다. 결혼 날짜를 잡았지만 약혼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갈등을 겪는다. 신혼집까지 구한 마당이라 섣불리 파혼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중 할머니를 뵈러 온 사샤의 부추김에 용기를 낸다. 집을 탈출해 새로운 곳에서 공부를 시작한 나쟈는 한참 뒤 고향을 방문한다. 자신의 파혼으로 많은 사람이 상처받은 걸 알지만 ‘새롭고 광활한 자유로운 생활, 아직 불분명하고 비밀에 싸인 그 생활’에 매혹돼 경쾌한 마음으로 마을을 떠난다. 읽으면서 중요한 선택과 시기의 상관관계, 나를 숨 쉬게 하는 것 등등 여러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작품

‘골짜기’는 가슴을 적시는 마지막 장면이 그 앞의 충격적인 사건을 잊게 하는 마력을 지닌 작품이다. 식품점을 경영하는 홀아비 그리고리는 젊은 부인과 두 며느리까지 새로 들인 가족에 만족한다. 사업을 위해 온갖 술수를 다 부리고 고용인들에게 한없이 인색한 그리고리의 부도덕과 이기심으로 인해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악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착한 리파가 과연 불행한 건지 책을 덮은 뒤 곰곰이 음미해보자.

평범한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감각적인 문체로 묘사하는 체호프는 마치 옆 사람에게 얘기하듯 편하게 이어가다가 마음에 확실한 점을 찍어주는 힘있는 작가다. 짧지만 강렬한 체호프의 단편으로 소설 공부를 하면 좋을 것이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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