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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학살 피해 미얀마 탈출하는 로힝야족…무슬림 탄압에 들끓는 이슬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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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부군-로힝야족 반군 유혈충돌로 난민 37만명 넘어


[ 박상익 기자 ] 동남아시아의 불교 국가 미얀마가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탄압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얀마 군대와 로힝야족 반군 조직 간 충돌로 발생한 난민은 37만 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이번 사태로 숨진 사람이 1000명 이상으로 희생자 대부분은 로힝야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미얀마가 ‘인종청소’를 벌인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미얀마는 반군의 테러 행위를 진압하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무슬림이 박해받는다고 판단한 이슬람 국가들이 미얀마에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로힝야족 사태는 국제사회의 갈등 요소로 부상했다.

◆로힝야족 30% 이상이 난민 신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8일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 간 유혈 충돌이 발생한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미얀마 국경을 넘은 난민이 약 29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 살고 있는 로힝야족은 110만~130만 명이다. 이 중 8만7000여 명은 작년 10월 유혈 충돌로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ARSA가 로힝야 동족을 지키겠다며 지난달 25일 경찰 초소 30여 곳을 습격하자 충돌은 더 심해져 국경을 넘은 난민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ARSA와 미얀마 정부군의 교전으로 최소 수백 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정부는 그동안 숨진 사람이 반군 370명을 포함해 약 400명이라고 밝혔다.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00명 혹은 그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 모두 사망자가 있겠지만 로힝야족 주민에게 피해가 집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은 라카인주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난민을 향해 박격포를 쏘고 기관총을 난사했다. 방글라데시로 피한 난민들이 미얀마로 되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에 대인지뢰를 매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미얀마 정부는 “(미얀마) 국민이라면 이 나라에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 증명할 서류가 있다”며 “이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귀국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의 귀국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로힝야족 난민촌도 포화상태에 달한 지 오래다. UNHCR은 “난민 대부분은 여성이며 갓난아기가 있는 여성도 있다. 그들은 지치고 굶주려 있다”고 말했다.

10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ARSA는 이날부터 다음달 9일까지 임시 휴전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ARSA는 “휴전 기간에 희생자들을 위한 구호가 재개되길 바란다”고 밝혔으나 미얀마군의 군사 작전이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19세기부터 이어진 버마·로힝야족 갈등

현재 미얀마의 주류 세력인 버마족과 로힝야족 사이의 갈등은 19세기 후반부터 피로 기록된 역사다. 미얀마를 점령한 영국은 농사를 지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지에서 사람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불교를 믿는 버마족은 천대받고 과거 방글라데시로 쫓겨났던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 중간 지배계층으로 자리잡아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얀마를 침공한 일본이 이슬람교도를 탄압했고, 영국은 반일 감정이 있는 로힝야족 의용군을 무장시켰다. 그러나 로힝야족 의용군은 일본군과 싸우는 대신 일본군에 협조한 불교도를 학살했다.

1948년 미얀마가 독립한 뒤 로힝야족은 자치권을 요구했지만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로힝야족을 탄압하고 1982년 시민권법을 바꿔 시민권을 없앴다. 이후 버마족과 로힝야족의 충돌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2012년 분쟁 때도 200여 명이 사망했다.

로힝야족은 자신들이 7세기께 이 지역에 정착한 무슬림 상인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역사학자들도 로힝야족이 수백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영국이 식민 통치를 위해 인도에서 들여온 노동 인력의 후손이며 불법 이주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웅산수지는 침묵

로힝야족 사태를 무슬림 박해로 간주한 이슬람권 국가는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 인사로 현재 국가자문역으로 미얀마를 이끌고 있는 아웅산수지(사진)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웅산수지는 로힝야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의 처신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나는 아웅산수지에게 실망했다. 과거 그는 인권을 위해 싸웠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3일 기자들과 만나 “로힝야족 유혈 사태를 개탄한다”며 “폭력과 인도적 위기는 즉각 종식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엄청난 학살이 자행됐지만 인간애는 침묵하고 있다”며 로힝야족 문제를 이달 말 유엔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키스탄과 이란 외무부도 비판 성명을 냈으며 몰디브는 미얀마가 잔혹 행위를 종식하기 위한 조치를 할 때까지 교역을 모두 끊겠다고 선언했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싸운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수지는 로힝야족 사태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첫 연설에서 로힝야족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자문단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되는 충돌과 인명 피해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는 5일 국가자문역실 페이스북 계정에 성명을 발표하면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주장은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그는 터키 측이 ‘사망한 로힝야족’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게시했다 삭제한 일을 두고 “이런 조작된 정보는 국가 간 분쟁을 촉발하고 테러범을 이롭게 하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아웅산수지가 로힝야족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상 미얀마의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로힝야족 사태에 아웅산수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노벨평화상 수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조성됐다. 파키스탄 여성 교육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지난 몇 년간 나는 비극적이고 부끄러운 사회적 대우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해 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수지가 나와 같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며 그가 행동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노벨위원회는 8일 언론발표문을 내고 “노벨상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의지와 재단 규칙 등을 살펴본 결과 수상자 자격 철회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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