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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폐기 논의 중단" 이틀 만에…로스 "통상, 안보와 따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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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살아난 '한·미 FTA 폐기론'

'매파 통상론자' 로스
"한국과의 긴밀한 안보가 FTA 방패 될 수 없어"
안보라인·월가 출신 참모는 과격한 정책 반대 목소리
북핵 문제 사그라들면 '폐기 카드' 다시 나올 수도



[ 워싱턴=박수진 기자 ]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과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고 8일(현지시간) 말했다. 백악관이 한·미 FTA 폐기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아직 한·미 FTA 폐기 논의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주목된다.

◆로스 “북핵으로 통상문제 꼬여”

로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가 워싱턴DC 시내 본사 건물에서 연 ‘윌버 로스와의 데일리 202 라이브’ 인터뷰쇼에 참석해 한·미 FTA 폐기 논의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로스 장관은 ‘북한의 도발 등 안보문제가 한국과의 통상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가 한국과의 무역적자 해소 문제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한국과의 긴밀한 (안보상의) 관계가 (한·미 FTA 논의에서) 한국의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가급적 통상과 안보문제를 따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그러면서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은 미미하게 늘어났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며 한·미 FTA가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로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하면 한·미 FTA 폐기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취임 초부터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해 온 매파 성향의 통상론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특별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측의 반발로 미국 측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고 지난 2일 한·미 FTA 폐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나흘 만인 6일 “당분간 한·미 FTA 폐기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의회 측에 전달했다.

◆FTA 폐기 논의 저지 목소리도

워싱턴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 폐기 같은 과격한 주장이 ‘뒷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전지 등을 겨냥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도입을 위한 관련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철강 분야에서는 특정시장상황(PMS) 조항까지 꺼내 들고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PMS 조항이 적용된 것은 2005년 무역특혜연장법 504조에 규정을 도입한 후 올해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외교안보팀이 한국과의 긴밀한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이유로 주장 번복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같은 날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진행됐고, “한·미 간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불필요한 적전분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안보팀 설득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월가 출신 온건 통상주의자들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통상 매파’ 건재 확인시켜줘

추민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은 “로스 장관의 발언은 한·미 FTA 폐기 주장이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꺼지지 않은 불씨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줬다”며 “북핵의 위협이 가라앉으면 얼마든지 한·미 FTA 폐기 위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핵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며 한·미 FTA를 단순히 양국 교역(무역수지) 문제로 보기보다는 외교·안보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부처 주요 인사의 한·미 FTA에 대한 강경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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