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장갑 제조 '외길', 130여종 연 1000만켤레 생산
독자 브랜드 첫 출시…2020년 매출 1000억 기대
[ 윤상연 기자 ] 동계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스키와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직원들이 환호하는 회사가 있다. 국가대표 선수에게 장갑을 후원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의 시즈글로벌(대표 김시육·사진)이 주인공이다.
45년 동안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장갑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루디스(스포츠·레저용), 유프로트(산업용), 파이어볼트(소방용) 등 자체상표 제품을 내놓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2020년 비전’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수출 확대로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브랜드 제품 판매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중국 광저우 등에 있는 해외영업본부를 통해 현지 바이어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안전용 장갑 10만 켤레를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유프로트 장갑은 손가락 충격 방지용 스펀지 패드를 삽입하고 사용자의 손 크기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벨크로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파이어볼트는 기능성 고어텍스를 사용해 기존 폴리우레탄 재질에 비해 300도의 고온 열기도 견디는 고내열성 제품이다. 땀은 빨리 통과시키고 방수·방한 등으로 손을 보호하는 멤브레인 기술 등 신기술을 적용했다. 해외 공장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팀을 하나로 통합해 지난해 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문성진 연구소장은 “멤브레인 기술과 장갑을 끼고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나노 융복합 코팅 기술 등을 신제품에 적용해 품질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광저우, 베트남 하노이, 캄보디아 프놈펜 등 해외 공장 세 곳에서 생산한다.
1970년 창업한 이 회사는 성장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가발 수출업체로 시작한 이 회사는 1973년 1차 오일 쇼크로 원자재값이 폭등해 가발 생산을 중단했다. 이때 미국의 가발 바이어가 스키장갑 납품을 요청해 업종을 바꿨다. 첫 수출 장갑 20만달러어치는 클레임에 걸려 회사가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국 바이어에게 1년6개월간 돈을 조금씩 갚아나가자 나머지 금액을 탕감해주고 제품 개발 조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1980년대 들어 스포츠와 레저가 확산되면서 장갑 판매도 늘었다. 1988년 ‘1000만불 수출탑’, 지난해 ‘3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연간 1000만 켤레를 생산해 스키장갑을 비롯 레저·스포츠용, 산업용, 소방용 등 130여 종의 제품을 국내외 주요 스포츠 및 아웃도어 업체 30여 곳에 공급한다. 세계 스포츠·레저용 장갑 시장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대형 아웃도어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올린 500억원 매출 중 90% 이상이 수출로 벌어들였다. 김 대표는 “유럽으로 해외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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