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LIG넥스원·KAI·두산밥캣 등 사들여
"해외 큰손들의 지분 확대는 주가 바닥 근접 신호" 해석
[ 김익환 기자 ]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조정을 받고 있는 한국 주식 투자비중을 잇따라 늘리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 ‘큰손’이 투자를 늘린 게 어떤 종목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을 최근 ‘타깃’으로 잡았다. 아모레퍼시픽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0.53%) 내린 28만3000원에 마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악재로 부각되면서 올해 고점이었던 지난 5월11일(36만1000원)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큰 폭의 조정을 받자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에 걸쳐 이 회사 지분 5.0%(294만2621주)를 8703억원에 사들였다.
증권업계에선 싱가포르투자청이 투자에 나선 걸 보고 아모레퍼시픽이 바닥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981년 출범한 싱가포르투자청은 작년 3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3563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운용자산의 45.0%가량을 주식으로 굴리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LIG넥스원 지분도 종전 5.1%에서 6.1%로 늘렸다고 지난달 4일 공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BGF리테일을 5.0%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두 종목은 올 들어 증시에서 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이 한국 주식 투자를 늘리기만 한 건 아니다. 일부 종목은 손절매 차원에서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보유 지분을 기존 6.0%에서 4.9%로 줄였다고 공시한 오리온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5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블랙록도 올 들어 한국항공우주 금호석유화학 두산밥캣 등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종목을 주로 사들였다. 한국항공우주는 보유 지분을 종전 5.01%에서 6.50%로 늘렸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한국항공우주는 올 들어 한때 7만원 선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방산비리 연루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14일 3만69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블랙록은 한국항공우주가 급락한 지난달 중순 이후 말일까지 58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운용사는 올해 2월 금호석유화학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공시한 이후 수차례 주식을 사들여 보유 지분을 7.1%까지 늘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초 9만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7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산밥캣 지분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블랙록은 두산밥캣이 지난해 11월18일 상장할 당시 지분 8.7%를 확보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후 지난 6월2일까지 지분율을 10.7%까지 늘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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