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118일 만에 4강 대사 인선 마무리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주(駐)러시아 대사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60·사진)을 내정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이날 우 신임 러시아 대사의 발탁으로 문 대통령 취임 118일 만에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강 대사 인선이 마무리됐다.
박 대변인은 이날 “우 내정자는 특유의 친화력과 협상력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자원 등 경제협력 확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강화 등 현안 과제를 원활히 추진함으로써 한·러 양국의 공동 번영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 출신이며 사법연수원 22기인 우 내정자는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으로, 2014∼2015년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냈다. 2012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우 내정자는 온건한 합리주의자로 분류되며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통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우 내정자를 국회 사무총장에 발탁한 것도 그의 개헌 의지와 지식 등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 내정자는 200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 시절인 1990년대 후반엔 주한 러시아대사관 법률고문을 지내는 등 정치권 내 대표적인 러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한·러 대화모임 정치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 4강 대사는 모두 비(非)외교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와 이수훈 주일대사 내정자는 학자 출신이고,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와 우 내정자는 정치인 출신이다. 4명 모두 대통령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정권 출범 후 문 대통령이 처음 임명한 4강 대사에 직업 외교관료 출신이 전면 배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북핵과 동북아 역내 평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고 4강과의 관계를 책임 있게 풀 정무적 역량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에 그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부 안팎에서는 직업 외교관 출신 배제에는 문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의 외교부 및 직업 외교관에 대한 불신과 외교부 개혁 의지, 주요 재외공관과의 ‘직보체계 구축’ 등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이뤄질 다른 재외공관 인사에서도 비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입하고, 기존 외교부 간부들은 희망하는 임지로 발령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일부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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