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보험이해력
미래 위험 대비수단인 보험 당장의 필요성 못 느끼는데다
상품구조 어렵고 복잡해 가입후 후회하는 경우 많아
보험 기본지식·태도 따져봐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 장경영 기자 ] 우리나라 가구의 96.3%는 가구원 중 한 명 이상이 보험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보험연구원 2016년 조사). 보험이 없는 가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가구는 81.8%, 가구당 가입 건수는 3.4건에 달한다. 손해보험은 이보다 수치가 약간 높아 88.9%, 3.5건이다. 이처럼 보험 가입률이 높은 것은 급속한 고령화, 각종 재해와 성인병 증가 등으로 보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험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다면 보험소비자들은 보험에 어떻게 가입할까.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보험 가입 전 고려해야 할 사항을 모두 확인하는 사람이 13.9%에 불과했다. 납입할 보험료 대비 보험금이 적절한지에 대해 다른 보험 상품과 비교하고 보험을 구매한 사람은 3분의 2에 그쳤다. 나머지 3분의 1은 보험설계사가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 비교구매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융교육 관련 자료에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자신의 보장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자신이 보험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근시안적 사고로 장기보험에 소극적이고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다”고 보험소비자의 실상을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상품의 특수성 때문이다. 보험은 가장 복잡한 금융상품 중 하나다. 그래서 합리적인 구매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또 보험은 현재 욕구가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인 욕구를 충족하려는 상품이라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자발적으로 생기기 어렵다. 이런 탓에 판매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비합리적 보험 구매는 후회로 이어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험 가입 후 후회하는 이유가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서(30%)’, ‘다른 상품이 더 나아 보여서(21%)’, ‘보장 목적과 맞지 않아서(11.1%)’, ‘보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10.4%)’ 등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보험료가 부담스럽거나 다른 상품이 더 나아보일 때보다는 보장 목적과 맞지 않거나 보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더 크게 후회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가 어떤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보험이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보험이해력이 필요하다. 보험이해력은 보험 거래를 이해하고 보험에 관한 지식을 활용해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먼저 보험 지식 수준을 체크해야 한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보험상품의 특징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보험의 종류와 특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이런 지식이 있어야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앞선 연구는 ‘저축성 보험은 공시이율과 최저보증이율이 높을수록 보험금액이 높아진다’, ‘실손의료보험을 여러 회사에 가입한 경우 이 회사 모두로부터 치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등 15개 문항으로 보험 지식을 측정했다. 그 결과 상당수 문항의 정답률이 50~60% 수준에 그쳤다.
보험이해력에는 지식뿐 아니라 태도도 포함된다. 부정적 태도와 긍정적 태도로 구분해 측정할 수 있다. 부정적 태도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때문에 보험에 드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보험은 사실상 가입자에게 손해다’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매우 그렇다’(1점)~‘전혀 그렇지 않다’(7점)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긍정적 태도는 ‘미래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보험에 드는 것이 좋다’, ‘보험은 적절한 가계 투자상품 중 하나이다’ 등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1점)~‘매우 그렇다’(7점) 중 하나로 자신의 생각을 점수화하면 된다. 부정적 태도와 긍정적 태도의 점수를 모두 합한 것이 높을수록 보험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다.
지식과 태도로 측정한 보험이해력이 높을수록 자기 주도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자기 주도적으로 가입하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낮고 만족도가 높다. 보험 없이 살기 어려운 만큼 보험이해력을 키워 자신과 가족에게 딱 맞는 위험보장 수단을 선택하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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