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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 꺼리는 은행…조선 빅2, 해외서 RG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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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두 배로 들지만…
은행권, 수조원 손실 트라우마에 1주일 걸리던 발급 3개월 걸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해외보험사에 SOS

RG발급 안되면 수주 '걸림돌'…중형조선사는 계약 취소 사례도



[ 안대규 기자 ]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대형 선박을 수주하고도 국내 금융회사에서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받지 못해 해외 보험회사에 기대고 있다. 손실을 우려한 국내 은행이 RG 발급을 외면하면서 국내보다 배나 비싼 보증료를 내면서 해외 금융사에 손을 벌리고 있다.


◆문턱 얼마나 높길래…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기존의 국내 은행권 보증료율의 두 배가량인 1% 수수료를 물면서 해외 보험사로부터 RG를 받고 있다. 현대와 삼성 관계자는 “영업기밀에 해당해 선박 이름이나 해외보험사 이름을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해외에서 RG를 발급받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은행이 해외 보험사의 절반 수준인 0.4~0.6%의 보증료를 받고 RG를 발급해줬지만 시중은행이 RG 영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건조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선주가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책임지고 돌려주겠다는 금융회사의 보증서를 뜻한다. 조선사는 은행이나 보험사로부터 RG를 받아 선주에게 제공해야 수주계약을 확정할 수 있다. 조선사가 파산하면 투입한 선수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억달러 규모의 LNG선 한 척을 수주할 때 조선사가 외국 보험사에 내야 하는 RG 발급 비용은 선수금(1100억~1800억원)의 1% 수준인 10억~18억원”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순번을 정해 RG를 발급해주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오래 걸려 해외 보험사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RG를 취급하지 않는 은행이 맡다 보니 발급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수주 적격성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재료비 등 제작 원가를 조선사가 은행에 공개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이유로 올해부터 보증료가 비싼 해외 보험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RG를 발급해주고 있어 해외 보험사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지만 시중은행의 2차 보증(복보증) 조건이 붙어 있다.

◆“정부, 보증대책 서둘러야”

과거 1주일밖에 걸리지 않던 RG 발급 기간은 은행들의 복잡한 내부 승인과 회계법인의 별도 심사 절차까지 추가되면서 최근 3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최근 국내 대형 조선 3사와 중형 조선 5사(성동, 한진, STX, 대한, 대선)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회사당 평균 6~8건 정도의 RG 발급 지연이 발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이 한국의 까다로운 RG 발급 절차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해외 업체와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데 RG 발급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G가 발급되지 않으면 수주 계약도 확정지을 수 없다. 중형조선사의 경우 은행들의 RG 발급 지연으로 수주가 연기되거나 계약이 취소된 사례도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RG 발급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발급 시기도 미뤄지면서 수주가 활성화되지 못해 조선사 고용이나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금융권도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은 조선업을 위험 업종으로 분류해 아예 신규대출, RG 발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해외 보험사는 국내 대형 조선사의 재무 구조가 나쁘지 않고 건조 경험도 풍부해 충분히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일단 자구책 차원에서 현대중공업처럼 은행들이 ‘순번제’로 RG를 발급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은행권과 협의에 들어갔다. 그동안 은행권은 현대중공업에만 순번제로 RG 발급을 허용했다. 현대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94%, 신용등급은 A-로 국내 업체 중 가장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부채비율 134%, 신용등급은 BBB+로 우량한 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대다수 은행과 보험사가 조선업계에 대규모로 RG를 발급했다가 수조원의 손실을 본 상처가 남아 있다”며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이나 서울보증보험 등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해준다면 RG를 더 쉽게 취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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