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낡은 규제로 IT 대표주자 날개 꺾나"
현장선 관련법 개정 목소리
기업 자산 5조 넘었다고 100가지 넘는 규제 가하나
6촌까지 법인관련 공시 의무, 기업인 잠재적 범죄자로 봐
해외서도 독과점 감시하지만 특정 개인을 규제하진 않아
[ 김태훈/임도원 기자 ]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도 독과점을 견제하려는 정부 방침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영을 한다는 이유로 기업인 개인을 총수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할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를 ‘대기업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조업 시대의 낡은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쟁 시대인데 자산 5조원이 넘었다고 100가지도 넘는 규제를 가하는 총수로 지정하는 것은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는 덫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진 창업자 ‘총수’ 지정
네이버는 올해 처음으로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에 지정됐다. 현금성 자산 증가와 17개 계열사 신설 및 인수에 따라 자산이 6조6000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쟁점은 이해진 창업자에게 총수에 해당하는 동일인 지위를 부여하느냐 여부였다.
이 창업자는 지난달 14일 공정위를 찾아가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요청했다. 창업자인데도 4%대의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친인척 지분도,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이 창업자의 지분율과 경영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 미친 영향력을 고려할 때 동일인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우선 이 창업자의 지분율이 경영 참여 목적이 없는 것으로 공시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10.61%)과 외국계 펀드 등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분율 4.31%로도 지배력 행사가 충분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네이버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기업 규모에 걸맞은 법적 의무를 다하겠다”면서도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한 것에는 유감을 표시했다.
네이버는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 가운데 민영화된 기업, 외국계 기업 등을 제외하면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다”며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기업집단제도를 만든 30년 전의 재벌, 총수 개념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의미”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총수 개념 논란
이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되면서 본인은 물론 친인척(6촌 이내)도 법인 관련 공시 의무가 생겼다. 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지음’은 물론 4촌이 지분 50%를 갖고 있는 식당 ‘화음’, 6촌이 지분 100%를 보유한 영풍항공여행사 등이 공시 의무 대상에 올랐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공기업도 아닌데 친척이라고 인정하지도 않는 6촌의 사업까지 등록하라는 것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에서 자산 5조원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수준인데 이런 기업에 규제를 가하면 누가 기업을 키우려 하겠냐”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정경쟁 철학도 바뀌고 있다며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시대에는 대기업이 하청업체에서 부품 소재를 구매하며 시장을 장악했지만 IT 시대에 대기업이 개발한 플랫폼이 커지려면 중소기업이 이를 많이 활용해야 하는 등 하청구조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김태훈/임도원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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