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력 얼마나 세졌나
1년 만에 또 핵실험…1t짜리 TNT 5만개 파괴력
5차때 10㏏보다 위력 훨씬 큰 50㏏ 이상 추정
서울에 떨어지면 반경 40~50㎞ 초토화될 수도
[ 정인설/박상용 기자 ] 북한은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이번 6차 핵실험 위력이 작년 9월에 있었던 5차 핵실험의 10~100배 수준이어야 하지만 우리 기상청은 이번 핵실험 위력을 5차 핵실험의 5~6배 규모로 파악했다. 1t짜리 TNT 폭약을 5만~6만 개 터뜨리는 것과 같은 위력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15㏏)의 3.3~4배 수준이다.
◆5차 핵실험의 5~6배
기상청은 이날 북한 길주군 풍계리에서 벌어진 6차 핵실험의 위력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했다. 6차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은 규모 5.7로 봤다. 5차 핵실험 당시 인공지진은 규모 5.0이었다. 이날 핵실험으로 인한 에너지의 위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지난해 1월6일) 대비 11.8배, 5차 핵실험(지난해 9월9일) 대비 5배 이상으로 추정했다. 5차 핵실험 폭발력이 10㏏인 만큼 이번 핵실험 폭발력은 50㏏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핵실험 폭발력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22㏏)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이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구체적인 위력은 관계당국이 국내외 자료를 토대로 정밀 분석 중이어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지진 규모가 0.2 올라갈 때 핵 위력의 강도는 두 배가량 증가한다”며 “다만 인공지진의 위력은 지진파와 핵폭발 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므로 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주요 국가들은 우리 기상청보다 북한 핵실험 강도를 높이 평가했다. 미국 지질조사국과 중국 지진국은 이날 인공지진을 규모 6.3으로 추정했다. 일본 기상청은 6.1이라고 발표했고 러시아 지진당국은 가장 높은 6.4라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각국의 지진 산출 공식과 진원지와의 거리가 달라 국가별로 파악되는 지진 규모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군 전문가는 이날 진도 규모를 5.7로 보면 50㏏ 규모의 폭발력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6 이상인 다른 국가들의 인공지진 추정치를 대입하면 이날 폭발의 위력은 100㏏을 훌쩍 뛰어넘는다.
◆“용산에 떨어지면 수원까지 피해”
북한이 이날 실험한 규모의 폭탄이 서울 용산에 떨어지면 반경 40~50㎞ 지역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는 1998년 미 국방부가 비밀리에 벌인 시뮬레이션이다. 당시 미 국방부는 15㏏ 위력을 가진 핵무기가 주한미군 주둔지인 용산에 떨어지면 반경 4.5㎞ 이내에 있는 건물 대부분이 반파된다고 분석했다. 반경 150m 이내 건물은 증발하고 1.5㎞ 이내에 있는 사람은 전신 3도 화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피해 범위는 핵무기 위력에 비례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을 50~60㏏으로 보면 15㏏ 핵무기에 비해 3~4배 수준의 위력이지만 그 피해 범위는 최소 6배에서 10배까지로 추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15㏏ 핵폭탄의 피해 범위가 반경 4.5㎞라면 50~60㏏ 핵무기의 피해 범위는 27~45㎞까지 이른다는 설명이다. 이론적으로 용산에 폭탄이 떨어져도 경기 과천(12㎞)은 물론 성남(18㎞)과 수원(20㎞), 화성(40㎞)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
핵폭탄으로 인한 예상 인명 피해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10㏏ 규모의 핵폭탄이 서울 주택가에 터지면 12만5000~23만5000명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정인설/박상용 기자 surisur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