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경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박모씨는 최근 장모님(72)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써야 했다. 장모님은 석 달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장인어른과 사별한 뒤 혼자 지냈는데, 특별히 아픈 데가 없었던 터라 가족 모두 적잖이 놀랐다. 두 달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뇌수술을 했다. 간병인을 뒀는데 중환자라서 간병비가 다른 환자들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두 달을 더 보낸 뒤 들어간 치료비, 간병비를 계산해 본 박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돈이 꽤 들어갔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2000만원이나 될 줄은 몰랐다.
병원에서 받은 명세서를 살펴보면 진료비가 요양급여와 비급여로 나눠져 있다. 요양급여는 진찰료, 입원료, 수술료 등 치료에 꼭 필요한 항목으로 나라에서 진료비의 일부(63%)를 보장해준다. 비급여는 재활 및 물리치료비,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그 밖의 선택진료비 등을 말하며 환자가 전액 지불해야 한다.
얼마 전 정부는 이 같은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한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내놨다. 다만 급여화되는 비급여라고 해도 일단은 ‘예비급여’로 분류해 본인 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적용할 방침이다. 예비급여 대상도 수많은 비급여 가운데 3800여 개로 한정했다. 이번 정책으로 병원비 부담은 줄겠지만 환자 본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료비는 크게 ‘직접의료비’와 ‘간접의료비’로 나뉜다. 보통 의료비라고 하면 직접의료비만 생각하기 쉽다. 치료를 받거나 투병생활을 하면서 지출하는 부대비용을 비롯해 교통비, 식비 등의 간접의료비도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것이다. 장기간 간병인을 쓰게 되면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을 쉬게 되면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진다. 투병하는 기간에 가정의 재정 상태가 크게 바뀔 수 있다. 병원비 외에 이런 간접의료비나 생활비는 결국 보험을 통해 개인들이 별도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좋은 정책들이 나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믿고 의료비 대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중병에 걸려 그동안 모은 돈을 결국 소진해버리면 꿈꾸는 노후생활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이미 가입해 둔 보험이 있다면 계속 유지하고 그마저도 없다면 의료비와 생활비 보장이 되는 건강보험 하나쯤은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윤필경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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