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3.06

  • 17.30
  • 0.69%
코스닥

692.00

  • 1.15
  • 0.17%
1/3

[최종석의 뉴스 view] '통상임금 쓰나미'에 기업 골병…뒷짐 진 국회·정부의 '직무유기'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기아차 통상임금 '노조 승소'

통상임금 범위 명확히 규정…법과 제도로 혼란 막아야
법원 오락가락 판결에 산업현장 갈등만 증폭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이번 판결은 오래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례가 2012년 3월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1개월을 넘어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통상임금은 보통 사전에 명확히 정해진다. 휴일근로나 연장근로 때 50%를 더해서 지급하는 기준이 통상임금이어서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사건에서 이 행정해석을 뒤집었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근로자들과 노조가 줄소송을 냈다. 기아자동차 노조의 1차 소송 제기도 이즈음이었다.

근로자 임금은 ‘기본급+상여금+초과근무수당’으로 이뤄진다. 기본급이 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상여금은 도입 초기 경영성과나 개인 실적에 따라 근로자별로 차등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구에 있는 종업원 164명의 버스회사인 금아리무진도 마찬가지였다.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 중심으로 통상임금을 계산했고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수당도 지급했다. 고용부 행정해석 그대로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고 판결했고, 회사는 3년간의 초과 근무수당을 추가 지급해야 했다.

통상임금 소송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했다.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했다면 (근로자의 소송이)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지워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기아차는 종업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대기업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법정수당을 추가로 받는 근로자가 2만7000명을 넘는다. 게다가 강력한 노조는 매년 임금협상에서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확보해 왔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협상에서 이미 전제돼 있는 터였다.

이 사실만으로도 신의칙의 첫 요건을 충족한다. 기아차 근로자들이 최종 승소해 1인당 수천만원을 한꺼번에 받는다면 기아차보다 임금이 턱없이 적은 협력업체나 중소기업 근로자의 위화감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원래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을 정한다. 영세기업의 저소득 근로자들과 노조가 없는 기업의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자는 취지다. 법이 정한 최저기준을 넘어서면 노사 자율로 임금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1970~1980년대처럼 근로자의 법적·사회적 지위가 낮아 법이 나서서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에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임금체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명쾌하게 정할 방법도 없다. 정부가 행정해석으로 다뤄온 이유다.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의 원칙도 행정해석에 나온다. 이 원칙은 쉽게 말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려면 사전에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이 행정해석은 의미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 사용자의 선택은 ‘소송’밖에 없다. 판결을 받아봐야만 임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노동의 사법화’라고 우려하는 대목이다.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노사 간 분쟁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껏 국회에서는 진전이 없다. 정부와 국회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경영상황, 임금체계, 노사협상 관행이 서로 다른 기업의 사례를 대법원 판결을 잣대 삼아 기계적으로 다른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법·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나오는 사법부의 판단이 결국 산업 현장의 분쟁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카카오톡 채팅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2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