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식 축사
[ 황정환 기자 ] “상상력의 경계 밖 시대에서도 캠퍼스에서 키운 ‘마음의 양식’을 잊지 마십시오.”
29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나눈 대화, 지적 노력, 시대 고민이 여러분의 인생을 끌고 간다”며 “힘들 땐 위로를, 때로는 여러분 스스로의 감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한국의 고질적인 노사 갈등에서부터 지난해 겨울 광장을 뒤흔든 촛불정국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거대한 사회 담론을 연구해온 국내 대표적 사회학자다. 유려한 글솜씨로 14년간 언론에 기명 칼럼을 연재하고 최근엔 장편소설까지 내놓은 ‘글쟁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나의 시대’와 ‘여러분의 시대’는 차이가 있다”며 입을 뗐다. 그는 이날의 졸업생들이 헤쳐나가야 할 시대를 ‘상상력의 경계 밖에 있는 시대’라고 규정했다. “20세기의 지적 모험은 문명의 보편성을 앞세워 과학기술을 통제하려 했지만, 이제 과학기술은 문명사적 문법을 이탈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4차 산업혁명이란 예측불가능한 시대를 헤쳐나갈 힘은 그저 새로운 지식이 아니라 대학 시절 키운 마음의 양식”임을 강조했다.
그는 “찬란한 젊은 시절을 대학에서 보내며 나눈 그 수많은 대화, 그 속에 담긴 논리와 윤리, 이성과 감성은 여러분 자신의 ‘비망록’”이라며 “외롭고 고독할 때, 불의와 직면했을 때, 어떤 장애에 막힐 때, 딜레마에 빠졌을 때 그 비망록을 다시 펼쳐보라”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일제강점기 독일어 소설《압록강은 흐른다》를 쓴 이미륵 선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3·1운동에 연루돼 군경의 추적을 받던 이미륵 선생은 조선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너는 자주 낙심하긴 했으나 그래도 충실히 너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 홀로 가거라.” 선생의 노모는 고향 땅 어귀에서 그를 배웅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독일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선생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쓴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망향의 그리움과 나라 잃은 지식인의 설움을 그려내며 독일평단의 호응을 얻었고 서양에 한국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했다.
송 교수는 “이제 캠퍼스를 떠나 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갈 여러분을 응원한다”며 “마음의 양식을 백팩에 넣고 21세기 지적 모험의 바다로 나아가라”는 말로 축사를 마쳤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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