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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위험 경고등 켜졌는데… '출구' 앞에서 눈치싸움하는 미국·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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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CDO·주택담보 2차 대출 등 금융위기 주범 상품들 다시 활개
월가 "신흥국 채권 고평가" 경고

미국, 부채한도 높이는 방안 추진
ECB는 자산매입 확대 조짐

'돈줄죄기' 예고했던 옐런·드라기
잭슨홀 미팅서 통화긴축 언급 안해



[ 허란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주범인 합성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복잡한 구조화 상품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에 목마른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의 자금이 몰리면서다. 신흥국, 선진국 할 것 없이 채권시장에 또 다른 거품이 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기 주범의 귀환

세계적으로 저금리가 지속되자 CDO와 주택담보 2차 대출(홈에쿼티론)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좇는 기관투자가들이 여러 겹의 레버리지(차입)로 이 같은 상품에 손을 대고 있다.

‘금융자산 과잉’의 상징인 합성 CDO 거래는 금융위기 이후 급감했다가 유럽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 5.6% 많아졌다.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담보로 유동화한 합성 CDO는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위험을 확산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집값이 오르자 홈에쿼티론이 2008년 이후 최대치로 급증했다. 홈에쿼티론은 기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제외하고 주택의 순가치를 담보로 한 2차 대출이다. 올 2분기 홈에쿼티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 증가한 460억달러에 달했다. 새로운 모기지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역시 6% 늘어난 150억달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수록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신흥국 자산거품에 경고음

신흥국 채권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정크등급(투자 부적격) 최초로 발행된 100년 만기 채권(아르헨티나 국채)은 글로벌 수요가 대거 몰려 당초 계획보다 쿠폰이자를 낮췄을 정도다. 이달 초 이라크가 수십 년 만에 발행한 국채도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이 발행한 국채 규모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 수준에서 지난해 280%로 급증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 국가와 인도네시아 인도 러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까지 줄줄이 기준금리를 내리며 경기 부양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중자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금융자산으로 돈이 쏠릴 수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들어 위험자산이 너무 고평가됐다”며 “서서히 출구 쪽을 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화긴축 엇박자 내는 Fed와 ECB

글로벌 자산 거품 위험 경고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 돈을 풀어온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은 통화 긴축을 놓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9월 금리인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아직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동조차 걸지 못한 유럽은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재닛 옐런 Fed 의장의 긴축 발언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양적완화 축소를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24~26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경제학회인 ‘잭슨홀 심포지엄’에선 말을 맞춘 듯이 통화긴축 정책 관련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세계적인 통화긴축 향방과 속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양적완화 정책을 먼저 거둔 ‘형님’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채 발행 규모를 제한하는 연방부채 한도 증액을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연계하며 ‘셧다운(정부 기능 잠정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강수를 두자 시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 고용률, 주택가격 등 경기지표 호조에도 부채한도액 증액 카드를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미국 실물경기가 충분히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매슈 조저프 JP모간 애널리스트는 25일 미국의 정치적 불안과 낮은 물가상승률을 우려해 “물가연동채(TIPS)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달 7일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가시적인 테이퍼링 계획이 나올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CB가 되레 시중에서 국채 등 자산 매입을 늘리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CB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52억유로어치 채권에 대해 새 채권으로 재투자해야 할 상황이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120억유로 상당의 채권 역시 재투자될 것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예상했다. ECB의 채권 재투자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을 경우 양적완화 축소를 대비하고 있는 시장에 엄청난 변화신호가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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