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공 지나간 북한 미사일
한미군사훈련 UFG 반발 "대미 협상 유리한 고지"
북한의 '다목적 노림수' 도발
사실상 정상각도 발사
"한·일 안중에 없다는 위협"
군 "IRBM '화성-12형' 가능성"
평양 순안비행장서 미사일 첫 발사
[ 이미아 기자 ] 군 당국은 29일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보고 미국과 공동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이 사거리 약 5000㎞의 ‘화성-12형’ 또는 사거리 3000~3500㎞의 무수단 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거의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더욱 강력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 IRBM에 무게
우리 군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중거리급 미사일로 평가했다. 우리 군 기준으로 사거리 1000~3000㎞의 탄도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그러나 군은 내부적으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성-12형은 북한이 지난 5월1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IRBM이다. 당시 화성-12형은 고각발사로 비행거리 780여㎞, 최고고도 2110여㎞를 기록해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4500~5000㎞로 추정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 상공 통과 때 고도가 통상 영공인 100㎞를 넘었다”며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한 화성-12형 미사일이 유력하고 무수단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이번에 화성-12형의 액체연료량을 줄여 사거리를 짧게 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고각발사는 아니다”며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쏜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우리 해군의 이지스구축함과 공군의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북한 ‘괌 타격 우회적 실증’ 무력시위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 2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보다 더 다양한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미국령 괌을 실제로 타격할 미사일 기술을 갖췄다는 점을 미국에 과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미 합동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반발하는 의도다. 세 번째는 잇따른 도발을 통해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절대 허언을 하지 않는다”며 “이번 도발은 미국에 괌 포위사격과 관련해 위협을 주되 실제 괌으로는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서 부담을 덜고자 한 계산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또 “낙하 때 세 조각으로 갈라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며 “만일 3개 조각이 추가 파괴 없이 그대로 떨어졌다면 다탄두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건 북측이 한국과 일본을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는 걸 또다시 드러낸 것”이라며 “일본을 위협해 일본이 미국에 도움을 청하도록 만들고, 나아가 북한 측에 협상이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판을 짜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유사시 한반도 증원전력 출발지인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점도 과시했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은 오전 5시57분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비행장 발사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정보위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비행장 아스팔트 위에서 발사하면 기동성이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김정은으로선 굉장히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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