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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허리케인'이 덮친 미국 텍사스 정유시설… 유가 소용돌이 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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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상륙한 멕시코만 연안, 미국 원유 17%, 천연가스 5% 생산

대규모 정제시설 잇따라 가동중단
휘발유 선물 6% 올라 2년새 최고
"생산 중단 길어지면 상승 불가피"



[ 뉴욕=김현석 기자 ]
최대 시속 209㎞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석유산업의 중심지 텍사스주를 강타했다. 현지 대규모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휘발유값이 요동치고 있다. 열대폭풍으로 변한 하비가 닷새 이상 텍사스에 머물며 40~60㎝ 비를 더 퍼부을 것으로 예상돼 국제 유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바다로 변한 석유산업 심장

하비는 카테고리4(시간당 풍속 209㎞ 이상)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지난 25일 밤 텍사스에 상륙했다. 2005년 8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덮쳐 12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카트리나는 카테고리3였다. 휴스턴 갤버스턴 등에선 가로수와 전봇대가 뽑히고, 수많은 집과 도로가 침수됐다. 27일까지 5명 이상이 숨졌으며 3000명 이상이 구조됐다.

하비는 26일 낮 12시 기준 열대폭풍으로 바뀌었지만 계속 비를 퍼붓고 있다. 24일 밤부터 27일 오후까지 미국 제4의 도시 휴스턴에 쏟아진 강수량은 63.5㎝를 넘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하비가 다음달 1일까지 텍사스에 머물며 41.6~63.5㎝의 비를 더 뿌릴 것으로 예보했다. 강수량이 총 1m27㎝를 웃돌아 기상 관측 이래 텍사스 지역 최고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강수 범위가 넓어 480㎞ 떨어진 뉴올리언스에도 15㎝ 넘는 비가 예보됐다.


투자은행 UBS는 피해액을 2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보험업계에선 12개월 동안 보험업계에 미칠 여파를 100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2008년 카트리나 피해 때 보험금 지급액(760억달러)을 넘어서는 규모다. 다만 보험업계 적립금이 1분기 말 7090억달러에 달해 하비 피해 보상이 보험업계를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텍사스를 방문해 주민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카트리나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늑장 대응해 비판받았다.

◆대규모 정유공장 가동 중단돼

하비가 상륙한 멕시코만 연안에는 유전과 정유 설비가 몰려 있다. 3000여 개에 이르는 유전과 가스전은 미국 원유 생산량의 17%, 천연가스 생산량의 5%를 담당한다. 30여 개 정유시설은 미국 전체 정제능력의 46%(하루 700만배럴)를 차지한다. 이 중 휴스턴 인근 설비의 일일 정제량은 32%에 달한다.

WSJ에 따르면 하비로 인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엑슨모빌의 휴스턴 베이타운 정유공장(하루 정제량 56만배럴)이 가동을 멈췄다. 미국 최대인 아람코의 포트아더 정유공장(하루 정제량 60만배럴)은 27일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WSJ는 “미 정유설비의 15% 이상(하루 220만배럴)이 가동을 멈췄다”며 “이 여파로 휘발유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8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휘발유 9월 선물가격은 장 초반 6.8% 오른 갤런당 1.7799달러까지 치솟았다. 2015년 7월 이후 장중 최고치다.

유전은 멕시코만 설비의 22%가 가동 중단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 생산량 기준 37만8000배럴 규모다. 다만 국제 유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은 25일 0.9% 오른 배럴당 47.87달러에 마감했으며, 28일 밤 12시에도 47.69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AME그룹의 마크 퍼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원유 생산의 주요 거점이 육지로 옮겨간 상태”라며 “휘발유 가격은 당장 오르겠지만 국제 유가는 좀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셰일오일의 주산지인 퍼미안분지는 텍사스 서북부에 있다.

최대 변수는 피해 규모다. 미국 정유사들은 23.7일 분량의 휘발유를 비축하고 있다. 하비 피해가 커지고 정유공장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 휘발유 가격 상승이 이어져 국제 유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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