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 스타 셰프들 백화점에 떴다
[ 이유정 기자 ]
지난 5월27일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 지하에 갑자기 평소 이용객의 두 배 이상 많은 사람이 몰렸다. ‘중식의 대가’로 알려진 이연복 셰프의 만두전문점 교자란이 처음 문을 연 날이다. 이 셰프가 직접 매장에서 조리한 이날 ‘특별한 만두’를 사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도 교자란은 하루에 400여 명이 방문하는, 잠실점 지하 식당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다.
먹거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백화점마다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스타 셰프’ 열풍이 불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골목에 있던 셰프 맛집 백화점으로
셰프 마케팅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최현석 셰프 등 여러 유명 이탈리안 셰프의 스승으로 알려진 김형규 셰프와 손잡고 수제버거집 오키스(판교점)와 티라미수 등을 판매하는 비스떼까(본점 무역센터점 신촌점 목동점 중동점 판교점)를 운영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퓨전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영 셰프의 돈코츠라멘 브랜드인 유노추보(무역센터점 판교점 가든파이브점), 서래마을에서 르지우 등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정호균 셰프의 셰프스테이션과 시그니처랩(무역센터점)도 현대백화점에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을 중심으로 셰프 식당을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교자란에선 얇은 만두피에 진한 육향의 고기소를 채워 쪄낸 고기만두와 바삭한 식빵튀김 안에 새우살이 들어 있는 멘보샤 등이 인기 메뉴다. 최근엔 우육탕면 등 면 요리를 추가로 선보였다. 양현모 롯데백화점 식품바이어는 교자란을 입점시키기 위해 1년여 동안 이 셰프를 50번 넘게 찾아갔다. 이 셰프는 처음에 품질 관리 등을 우려해 망설였지만 입점을 결정한 뒤 수제자인 박건영 셰프에게 점포를 맡겼다. 이 셰프도 가끔 매장에 들른다.
잠실점은 일본인 셰프 오바 주니치의 돈가스 전문점 다이치도 유치했다. 일본에서 역사가 깊은 노포 돈가스 브랜드로 숙성된 돈육을 부위별로 바삭하게 튀겨낸 등심카츠와 안심카츠가 대표 메뉴다. 부산본점은 방송인이기도 한 홍석천 셰프의 태국 음식 전문점 마이타이와 ‘탄탄면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상문 셰프의 탄탄면공방 매장이 입점해 있다.
신세계와 갤러리아백화점에서도 특별한 셰프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신세계는 작년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 푸드코트 잇토피아에 스타 셰프들의 매장을 모아놨다. 미국 뉴욕 유명 레스토랑인 링컨에서 일했던 이준 셰프의 도우룸은 수제파스타, 이종서 셰프의 올댓미트는 소고기 훈연 바비큐, 데이비드 현 셰프의 더서퍼클럽은 각종 샐러드와 수제버거가 유명하다. 갤러리아 본점은 이태원 경리단길이 맛집 메카로 뜨는 데 큰 역할을 한 장진우 셰프의 대표 레스토랑을 한곳에 모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편하게, 셰프는 홍보 효과
유명 디저트 전문점도 백화점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비싸도 특별한 디저트를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에 있는 이현희 셰프의 디저트리에서는 퐁당 오 쇼콜라, 신용일 셰프의 합에서는 콩고물 인절미를 맛볼 수 있다. 이현희 셰프는 2015년 ‘올해의 패스트리 셰프상’을 받았고, 신용일 셰프는 한식당 품서울의 수석셰프 등을 거친 코리안 디저트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프랑스 대표 셰프인 위그 푸제 셰프의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위고에빅토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유일하게 있는 매장으로,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선정한 ‘파리 최고의 피낭시에’ 등을 맛볼 수 있다. 제6대 제과명장 김영모 명장이 운영하는 김영모과자점(잠실점 수원점)과 제7대 제과명장 안창현 명장이 운영하는 안스베이커리(영등포점 김포공항점 중동점)도 디저트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백화점마다 앞다퉈 스타 셰프들의 식당과 디저트 카페를 유치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소비자 중에서도 접근성이 떨어지고, 밖에서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기존 셰프 식당보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백화점 내 셰프 식당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백화점 식음료(F&B) 담당자는 “셰프들도 백화점 입점을 통해 별도의 마케팅이나 판촉활동 없이 다수 고객에게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 ‘윈윈(win-win)’”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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