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브로드웨이…' '서편제' '아리랑'
색다른 여성 캐릭터 관람 포인트
[ 양병훈 기자 ]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무대를 휘어잡는 ‘걸크러시 뮤지컬’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초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레베카’를 비롯해 한국적 한(恨)의 정서를 다룬 ‘아리랑’ ‘서편제’도 인기몰이 중이다.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작품마다 다른 점이 걸크러시 뮤지컬의 ‘관람 포인트’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 여배우 지망생 페기 소여의 성공기를 다룬 대표적인 걸크러시 뮤지컬이다. 걸크러시는 ‘소녀(girl)’와 ‘반하게 됨(crush on)’을 합친 말로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진 여성’을 뜻한다. 페기 소여는 시골에서 올라와 큰 공연의 앙상블(코러스 배우) 역을 맡았다가 우연히 주인공으로 발탁된다. 페기 소여가 탭댄스로 좌중을 사로잡을 때, 특히 그가 시골 출신이라고 얕보는 등장인물을 현란한 탭댄스로 압도할 때 관객은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뜨린다.
레베카에서는 집사 댄버스 부인의 존재감이 긴장을 높인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영국의 상류층 신사 막심 드 윈터가 아내 레베카와 사별한 뒤 새 아내 ‘나’를 데려오며 시작된다. 댄버스 부인은 새 아내를 인정하지 않고 그와 극한 갈등을 일으킨다. 특히 폭풍우가 몰아치는 발코니에서 주제곡 ‘레베카’를 부르며 ‘나’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장면이 이 작품의 백미다. 댄버스 부인의 카리스마와 레베카에 대한 강한 집착이 극의 매력을 더한다.
지난달 25일 개막한 아리랑은 평범한 여성을 통해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감골댁은 친일파에 살해당하고 시신이 불에 탄다. 수국은 노역장 간부에게 겁탈당하고 어머니를 죽인 자의 아이를 밴다. 차옥비는 오빠를 살리기 위해 일본군 장교에게 몸을 바치고 감옥에 간다. 이들은 악의 만행에 힘겨워하지만 결코 악과 타협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나는 포기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마다 모성과 집념, 자기희생으로 악에 저항한다.
오는 30일 개막하는 서편제는 소리꾼 여성 송화를 통해 한국적 예술혼의 정수를 보여준다. 송화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배우며 그를 따라 유랑하는 삶을 산다. 아버지는 송화의 소리에 한을 불어넣기 위해 고의적으로 그의 눈을 멀게 만든다. 송화는 좌절하지만 결국에는 고난을 소리로 승화시킨다. 심오한 판소리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송화의 의지와 예술혼이 돋보인다. 공연계 관계자는 “뮤지컬은 여성 팬층이 두터워 등장인물로 여성보다 남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며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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