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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아노 군주 조성진, 베토벤 '황제'를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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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 공연


[ 김희경 기자 ]
절대적 힘을 과시하는 황제는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귀 기울이고, 자신의 소리가 어떻게 전달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뿐이었다. 부드러우면서 강렬하고, 정교하면서도 담대한 느낌의 군주. 지난 18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올라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의 모습이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의 어떤 국내 무대에서보다 더 가깝게 오케스트라와 관객에게 다가섰다. 피아노 협주곡이란 점과 ‘황제’란 작품의 특성상 그의 연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려하게 돋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성진은 더욱 몸을 기울이고 단원들과 눈을 맞추며 오케스트라에 반주를 해주듯 긴밀하게 음을 주고받았다. 음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모든 요건을 계산해낸 것처럼 타건의 힘도 치밀하게 조절했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잘 듣고 잘 전달하는 방법론까지 익혔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해석까지 해냈다”며 “정명훈과도 단순히 거장과 젊은 연주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음악 세계를 존중하고 떠받쳐주는 모습을 보여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18~19일 이틀간 열렸다. 18일엔 조성진, 정명훈, 원코리아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조성진은 ‘황제’를 연주한 뒤 베토벤의 ‘비창’ 2악장을 앙코르곡으로 선보였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조성진은 아직 젊은 탓에 표현적인 면에선 일부 깊이가 덜한 면도 엿보였으나 노련한 대처 능력과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9일엔 피아니스트 출신인 정명훈이 베토벤 ‘삼중 협주곡 C장조’의 지휘를 하며 직접 피아노 연주를 했다. 원코리아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이경선, 첼리스트 송영훈이 호흡을 맞췄다. 정명훈의 피아노 선율은 여전히 또렷하면서도 몰아치는 힘이 있었다. 반면 바이올린의 기력은 다소 부족해 삼중 협주곡에서 중요한 요소인 ‘균형’이 잘 잡히지 않은 느낌이었다.

양일 공연 후반부엔 모두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 울려퍼졌다. 이번 공연이 첫 무대인 원코리아 오케스트라는 가능성과 함께 보완해야 할 점을 동시에 보여줬다. 원코리아는 정명훈이 국내 전현직 오케스트라 단원 84명으로 구성했으며 1년에 한두 번 공연하는 비상설 단체다. 이 작품에서 정명훈은 목관 편성을 대폭 늘려 웅장하고도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만의 단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정호 평론가는 “위계질서가 없는 오케스트라다 보니 파트별 조직력을 향상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장원 평론가도 “현악 파트의 응집력이 부족했고 목관 파트의 밸런스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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